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자가 모두 7명으로 늘며, 비중동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환자 수를 기록했다. 의심 환자 가운데 1명은 해외로 출국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보건당국의 안이한 대처와 메르스 환자 밀접 접촉자의 무책임이 부른 사태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28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 A(68)씨와 같은 병동에 있던 환자 F(71)씨, A씨를 치료했던 간호사 J(28·여)씨가 감염자로 확인돼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격리병상)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국내 메르스 환자는 지난 20일 첫 환자 발생 이후 8일만에 7명으로 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카타르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많은 환자 수다.
특히 다른 감염자와 달리 F씨는 A씨와 같은 병동에 있었지만 동일 병실이 아니여서 보건당국의 자가(自家) 격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람이다. F씨가 머물던 병실은 1인실로 A씨의 2인실 병실과 10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질본 조사 결과 F씨는 외래진료 대기 장소에서 A씨와 접촉했다가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 환자와 밀접 접촉한 뒤 고열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는 남성이 중국으로 출장을 간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이 남성은 세번째 환자 C(76)씨의 아들로, 네번째 환자 D(46·여)씨의 동생이다.
지난 16일 C씨의 병실을 방문했던 이 남성은 보건당국에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아 자가 격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었다.
그는 19일부터 고열에 시달리자 두 차례 병원 치료를 받았고, 25일 두 번째 방문한 응급실에서 C씨 접촉 사실을 알렸다. 당시 진료 의사는 출장 자제를 권고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지난 26일 국적기로 홍콩을 거쳐 중국 본토에 도착했다. 더구나 진료 의사도 27일에야 보건당국에 이 남성에 대해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남성은 중국 대형병원 1인실에 머물며 메르스 여부 검사와 치료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중동을 제외한 메르스 환자 최다 발생국이 되자 정부의 방역 체계에 문제가 많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같은 병실을 쓰지 않았던 F씨가 감염된 사례에서 보듯 격리 기준 등이 느슨하다는 지적이다.
질본은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에 대한 무한 책임은 방역 당국에 있는 만큼 국민에게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사람이 아무런 제지없이 해외로 출국한 사태에 대해서는 보건당국과 함께 환자와 의료진의 무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평균 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법권이 없는 질병관리본부는 조사를 받는 사람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조사 대상자들이 사실을 밝히지 않거나 거짓을 말하면 방역당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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