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판이 키운 ‘메르스 확산’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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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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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2명 추가로 발생해 국내 메르스 감염 환자는 첫 환자 발생 이후 11일만에 15명으로 늘었다. 31일 서울 중구 명동을 찾은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조현미·한지연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은 치사율은 높지만 감염률이 낮아 확산 가능성은 적다는 정부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국내 메르스 환자는 20일 첫 발생한 후 불과 11일 만에 환자가 15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 사이 국민의 공포감은 계속 커지고, 정부의 실책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느슨한 대응에 2차 감염자 급증

메르스는 그동안 치사율이 40%에 이를 정도로 높지만 전염력은 약한 질병으로 알려졌었다.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는 발병 건수 자체가 적기도 하지만 감염이 확산되는 경우도 드물었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최초 감염자 A(68)씨와 밀접 접촉한 사람에게 지침을 주고 스스로 이를 지키게 하는 방식으로 자택에 머무는 '자가(自家) 격리' 조치를 했다.

그중 38도 이상의 고열과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에 대해서만 유전자 검사를 하고,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겨 치료를 시행했다.

이는 보건당국이 직접 통제해야 할 만큼 메르스의 전염성이 크지는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환자수는 거의 매일 증가하고 있다. 특히 A씨와 같은 병실이나 같은 병동을 쓰지 않은 사람 중에서도 메르스 환자가 등장했다.

밀접 접촉자를 가리는 절차도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역학조사를 통해 A씨와 밀접 접촉한 사람을 찾아 격리했지만 빠진 사례가 등장하자 뒤늦게 재조사를 실시했고, 그제야 무더기로 추가 환자가 확인됐다. 2차 감염자 14명 중 자가 격리 대상자가 아니었던 사람은 8명이나 된다.

정부는 31일에야 감염이나 전파 우려가 큰 사람을 시설에 격리하기로 결정했다. 시설 격리자는 메르스 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 중 50세 이상이면서 당뇨·심장병·신장병 등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다.

이들은 이날부터 두 군데 시설에 격리되며, 전체 밀접 접촉자 중 약 35% 내외가 될 것으로 복지부는 예상하고 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구멍 뚫린 방역에 중국·홍콩 거센 비난

메르스 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실을 숨기고 중국 출장까지 간 K(44)씨 사례는 해외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세 번째 감염자의 아들이자 네 번째 환자의 동생인 K씨는 지난 16일에 아버지 병문안을 다녀왔다. 같은 병실에 있던 A씨와 접촉했고 가족 중 2명이나 메르스에 감염됐지만 이를 보건당국에 알리지 않은 채 11일간 일상생활을 했다.

더구나 26일 중국 출장 전까지 두 차례나 응급실을 찾았지만 K씨를 진료한 의사는 그가 출국한 뒤에야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K씨는 중국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현지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중국 광저우일보는 31일자에서 "가족 중 두 명의 감염자가 있는 남성이 열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며 한국의 허술한 방역체계를 지적했다.

K씨가 경유했던 홍콩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K씨는 26일 홍콩에 도착했을 때 고열, 기침 등 메르스 증상이 있어 간호사가 메르스 환자와 접촉했는지 등을 물었지만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사스 발병 때 명성을 얻은 미생물학자인 호팍렁 홍콩대학교 교수는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를 허위 신고 하는 이는 기소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과 홍콩 당국은 K씨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200여명을 추적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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