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한국 수출업계가 사면초가 위기에 처했다. 위에서는 일본의 엔저 현상이, 아래서는 부쩍 향상된 중국의 기술력이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씨티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이후 세계 경제에 대한 한국 수출의 탄력성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는 세계 경제가 성장했지만, 대중(對中)수출의 감소와 엔저현상 심화로 인해 한국 수출은 하락세를 걷고 있다는 뜻이다.
◆ 중국 기술력, 턱 밑까지 추격…내수소비 전환 추세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가 무서운 기세로 좁혀지고 있다. 씨티리서치 보고서는 한국의 미래창조과학부 자료를 인용, 중국의 기술력이 지난 2012년에는 한국의 86.1%였으나 2014년에는 88.9%로 올라갔다고 전했다. 시간으로 환산한 기술격차는 1.9년에서 1.4년으로 줄었다.
일본에 대한 한국의 기술 격차도 3.1년(83.3%)에서 2.8년(84.2%)으로 좁혀졌지만, 중국의 추격세 보다는 느린 속도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기술격차를 0.5년 줄이는 동안 한국은 일본에 대해 0.3년 축소하는데 그쳤다.
중국의 시장점유율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 사이 세계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10.6%에서 12.3%로 상승했으며, 컴퓨터와 무선통신기기 등 20개 제품군 가운데 19개 부문이 점유율을 늘렸다.
반면 한국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3.0%로 유지됐으나 20개의 주요 수출제품군 가운데 10개 부문이 시장 점유율을 잃었다.
중국 정부가 가공무역 금지 품목을 늘리는 등 내수 소비 중심으로 무게를 옮긴 것도 한국의 대중수출을 위축시켰다. 중국에서 총수입 대비 가공무역의 비중은 지난 2000년 41.1%에서 지난해 25.2%로 크게 감소했다.
◆ ‘엔저 공격’…日, 한국과의 수출경쟁에서 우위 점해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엔화까지 한국 수출의 발목을 잡았다. 많은 부분에서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이 엔저로 인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 1년간 11.63% 급등했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달 말 123엔 후반대까지 올라 12년 5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티리서치 보고서와 KDI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 사이 일본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줄었으나(5.2%→3.6%), 한국에 대한 비교우위 제품군은 10개에서 11개로 늘어나는 등 엔저 현상 이후 일본이 한국과의 수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미 양적완화를 시행한 일본이 또 다시 추가 통화 완화정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엔화 약세로 일본 수출업체들이 적극적인 가격 경쟁과 R&D 확대에 나서면, 국제시장에서의 일본의 점유율 확대와 기술력 향상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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