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 번 건 아니지만, 또래에 비해 많은 돈을 벌었고, 명예(라고 할 수 있나?)도 얻었는데 패배자를 자처하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YG엔터테인먼트는 메인 스트림인데 거기 들어가서 거지인 척하는 것은 분명 가식이죠.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진실성이 없으면 웃기지가 않다는 거예요. 하지만 전 분명히 루저 감성이 있는 사람이거든요. 새로운 걸 모색해야 하나…계속 생각 중이에요. 뭐, 하지만 제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죠. 그런 기대치를 심어준 건 분명 저니까요."
1988년생.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휴학 중. 2012년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에서 작가과 연기를 병행하며 이름을 알렸다. 앞서 그가 SNS에 쓴 "카페베네 같은 년, 편강탕 같은 년, 김창숙 부띠끄 같은 년"과 유머는 출처도 모른 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MBC '무한도전'의 식스맨 후보로 지목되면서 유명세를 치렀고, tvN 드라마 '초인시대'에서 주연 배우·메인 작가·막내 작가·하는 것도 없이 돈만 제일 많이 받아가는 사람을 맡았다. 포털사이트는 유병재를 방송 작가, 가수로 분류한다.
"원래는 가수로만 돼 있었어요. 개그를 위해 싱글 음반을 낸 적이 있거든요. 방송 작가는 제가 포털에 요청한 거예요. 코미디 작가라고 하고 싶었는데…카테고리에 없더라고요. 앞으로 작가를 하더라도 코미디 아닌 것은 쓸 생각이 없고, 연기를 해도 코미디 연기만 할 거예요. 근데 코미디언이라고 할 수가 없는 게…제가 또 공채 출신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좀 창피하고, 민망하고…그래도 코미디언이라고 불리고 싶어요."
9일 CJ E&M 사옥에서 만난 유병재는 "우리의 핵심 목표는 올해 달성해야 할 것을 이것이다 하는 것을 정신 차리고 나가면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걸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셔야 한다"는 문장에 꽂혀있었다. 인터뷰 중간중간 이 문장을 한 번에 외기 위해 왕왕 시도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때마다 "비문이라 외워지지 않아요" "이 말 너무 웃기지 않아요?" "이 문장에 주어가 몇 개인지 아세요?"라고 토를 달았다.
대통령의 연설문을 비꼬는데 서슴없는 유병재는 극도로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영화감독을 꿈꾸다 왜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냐"고 물으면 "2007년에 신해철이 MBC '무릎팍도사'에서 '웃는 게 제일 좋은 거죠'라는 말을 했다. 그게 뭐 자막처리 되거나 MC 강호동이 크게 호응하거나 하지 않았는데, 그냥 스치듯 지나간 말인데 '아, 맞지. 웃는 게 제일이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에 박히더라. 근데 그분 돌아가신 다음에 이런 말을 하는 게, 괜히 스토리 만들려는 것 같고, 팔아먹는 것 같다"며 께름칙해 했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빅뱅 빠돌이예요. 평소 공상을 즐기는데, YG엔터테인먼트 소속 1호 코미디언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빅뱅 노래를 듣고 있는데 YG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아니 근데…이거 너무 꾸며낸 얘기 같지 않나요? 하지만 진짜예요. 아…근데 이게 또 내내 화제가 됐잖아요. 모두 메르스에 집중해야할 때인데 저 까짓게 관심을 차지하는 것 같아서요. 뭐, 아무 일도 없이 평화로울 때 저 같은 애가 나오는 건 상관 없는데…제가 조금이라도 이목을 뺐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좀 그렇더라고요."
종잡을 수가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다음 걸음이 더욱 궁금하다. "'SNL 코리아'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고, 아예 다른 것을 할 수도 있고요. 언젠가는 영화감독도 하고 싶은데…근데 또 이창동 감독님 영화 보고 나니 '기술이나 기교의 문제가 아니구나. 깊이와 진심이 없다면 시작도 못 하겠구나'하는 생각에 덜컥 겁도 나더라고요. 요즘은 스탠딩 코미디에 빠져있긴 해요." 하긴, 예상 가능하면 유병재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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