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막말’ 출사표가 미국은 물론 중국·멕시코 등 해외에까지 확산되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정치인부터 멕시코 이주민까지 두루 비난한 트럼프의 ‘거친’ 출마의 변이 소셜네트워크(SNS)상에 확산돼 하루만에 수백만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트럼프는 전날 2016년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멕시코에 대해 “그들은 성폭행범과 마약, 범죄 등 문제가 많은 사람들을 보내고 있어 미국이 ‘쓰레기 하치장(dumping ground)’으로 전락했다”며 “남쪽 국경에 거대한 방벽을 쌓겠으며 돈은 멕시코에게 내도록 하겠다”고 발언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도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는등 교활한 방법으로 미국 기업들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며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으며 미국을 죽이고 있지만 정치인들은 모른척 한다”고 힐난했다.
이 같이 ‘막말’에 가까웠던 그의 출마 기자회견에 대해 ‘재미로 출마한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반응과 ‘유쾌하다’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엇갈렸지만, 그의 등장으로 최근 시들해져 가던 SNS 대선 논쟁에 불이 붙은 것은 확실해졌다.
USA투데이는 페이스북의 집계를 토대로 트럼프의 출마 선언 직후 12시간 동안 340만 명의 미국인이 댓글을 달거나 글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640만 건의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는 출마선언 당일 470만 명이 1001만 건의 반응을 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트럼프의 ‘독설’에 외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이례적으로 공개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미겔 앙헬 오소리오 총 멕시코 내무장관은 ‘멕시코 이민자는 범죄자’라는 식의 트럼프의 기자회견 발언에 “해롭고 터무니없다”며 “멕시코 이민자들의 성공적인 사례에 대해서는 무지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훔쳐가고 있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양국의 경제협력이 발전돼온 점을 강조하며 “윈·윈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른 공화당 후보들 입장에서도 트럼프의 등장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3∼5% 지지율을 보여 지지율 기준으로 참가자를 10명으로 제한하는 폭스뉴스 대선후보 토론회에 참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WSJ는 트럼프 때문에 공화당 주자군 가운데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CEO 등은 자격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며 그를 공화당 경선전의 ‘골칫거리’로 묘사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재산이 10조원에 달하는 미국의 대표 부동산 재벌로 트럼프그룹의 회장이자 어프렌티스 TV쇼 진행을 맡고 있는 방송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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