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1919년 늦은 가을이었다. 무릎에 양손을 모으고 침대 끄트머리에 다소곳이 앉았다. 둥실한 몸, 그 남자의 두번째 아이를 임신했다.
모딜리아니 아마데오(1884~1920). 당대 최고 미남 화가이자 바람둥이였던 그가 사랑한 생애 마지막 여인, '잔느 에뷔테른느'다.
파리 몽파르나스의 한 카페에서 만나 한눈에 사랑에 빠졌던 여자, 19살 소녀도 33세인 이 남자와 한 눈에 반해 바로 동거를 시작했다.
벼락같은 만남때문이었을까. 비극은 빨리 닥쳤다.
'앉아있는 잔느 에뷔테른느', 이 그림을 그리고 3개월 후 일이 터졌다. 가난때문이기도 했다. 임신한 잔느는 친정집에 돌아가 있었다. 겨울이었지만 난로도 피울수 없는 집이었다.
술과 마약에 중독된 결핵 환자, 홀로남은 그는 죽음과 직면했다. 1920년 1월 20일 기척없는 집이 이상한 이웃주민이 들여다본 집엔 그가 초죽음이 된 상태였다. 파리 자선병원에 입원한 지 이틀. 그는 잔느도 없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잔느는 그 슬픔을 이기지 못했다. 만삭이었지만 자신의 집 6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말았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화가를 '남친'으로 둔 여인은 영원불멸이다. '잔느의 남자' 모딜리아니는 잔느를 화폭에 영원히 남겼다. 현재 25점 정도의 작품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5년전 파리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두 사람이 한국에 들어왔다.
26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의 국내 최초 회고전이 열린다.
35살에 생을 마친 '비운의 화가' 모딜리아니의 예술과 삶을 총체적으로 조명해볼 수 있다. 이 전시에는 잔느의 초상 3점도 걸렸다.
긴얼굴, 길쭉한 코, 눈동자 없는 푸른 눈동자 그림에서는 미모가 의심 되지만, 함께 붙여진 거대한 흑백사진 프린트를 통해 잔느의 미모를 느껴볼 수 있다.
국내에 세계 명화 블록버스트급 전시를 꾸준히 진행해온 전시커미셔 서순주 박사의 힘이 발휘된 전시다. 큐레이터들 세계에서 '모딜리아니 작품은 모으기 힘들다'는 편견을 깼다.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일본 미국 호주 스위스등 공공미술관 20여곳과 25명의 개인소장자들에게 대여해온 진품 70여점이 전시됐다.
10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작품들은 윤이 난다. 파리 뉴욕등 세계 유명 미술관에 가지 않고도, '사랑의 전설'이 된 모딜리아니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일반 1만5000원. 어린이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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