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그리스가 국가부도를 목전에 두고 있다. 30일(현지시간)은 2차 구제금융 지원이 끝나는 날이자 국제통화기금(IMF)에 15억 유로를 상환해야 하는 날이다. 하지만 그리스는 갚을 돈이 없다.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안을 “정부 부채만 증가시킬 것”이라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협상안은 그리스가 강력한 긴축과 구조 조정을 시행하면 채권단이 오는 11월까지 120억유로(약 14조8000억원)를 제공하는 내용이었다.
그리스 정부는 채권단의 협상안 수용 여부를 다음 달 5일 국민투표가 실시될 때까지 미룰 작정이다. 그 기간을 이용해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에 한 달 동안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해줄 것을 관철하려는 심산이다. 그러나 유로존은 그리스의 이러한 요청을 거절한다고 분명하게 못 박았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리스 전역에서는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스 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7000여 개 가운데 500여 개에서 27일 오전 5억~6억유로가 빠져나가 현금이 바닥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그리스 4대 은행으로 꼽히는 내셔널 은행, 유로 뱅크, 알파 은행, 피레우스 은행은 유럽중앙은행(ECB)이 공급하는 긴급유동성지원(ELA)에 기대는 형편이다. 이들 은행이 ECB로부터 대출받은 자금은 1000억유로(5월 기준)를 넘어 그리스 국내총생산의 68%에 달하는 수준으로 의존도가 늘어났다. ECB마저 그리스 시중은행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중단하면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리스의 디폴트가 임박했다는 전망에 유로화는 약세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질랜드 외환 시장에서 지난 주말 1유로당 1.1005달러로 마감한 유로화 가치가 1.0998달러까지 떨어졌다”고 29일 보도했다.
더 큰 문제는 디폴트가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경제 통합의 상징인 유로존 체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정책연구기관 미국외교협회(CFR)가 28일 발표한 보고서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하면 이탈리아의 GDP 대비 순부채 비율이 114%로 급증해 119%인 포르투갈에 이어 2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렉시트의 경우 이탈리아 정부 채무는 350억유로(약 44조원)에서 740억유로(약 92조원)로 급증하게 된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