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제로섬 게임’이 극에 달하면서 여권 내 권력구도가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청와대의 ‘유승민(새누리당 원내대표) 찍어내기’ 파장이 연일 커지면서 20대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제로섬 게임’이 극에 달하면서 여권 내 권력구도가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청와대의 ‘유승민(새누리당 원내대표) 찍어내기’ 파장이 연일 커지면서 20대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식 정치’의 결정판인 청와대의 ‘유승민 찍어내기’가 차기 총선 공천권 다툼의 전초전 성격이 짙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부권 정국’의 승자에 따라 당·청 관계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朴 한마디에 親朴 구심력 강화…非朴도 집단행동
“당내 ‘K(김무성 대표)·Y(유승민 원내대표)’ 라인에 보내는 경고성 메시지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가 29일 ‘거부권 정국’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 승부수의 정치적 함의에 대해 던진 말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초읽기에 들어간 ‘레임덕’(Lame Duck·권력누수 현상)을 단번에 반전시키는 한편, 강한 경고성 발언을 통해 당내 ‘충성파 골라내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수적으로 열세인 친박계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살아있는 현재 권력이 미래 권력 구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실제 새누리당 현 권력구도는 ‘비박 우위’다. 친박 주류는 계파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정현 최고위원과 홍문종 의원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상현·김재원 청와대 정무특보 등 30명 정도에 불과하다. 김을동 최고위원과 한선교 의원 등 20∼30명은 범박계로 분류된다.
반면 비박계는 강성호·김성태 의원 등 20∼30여명에 달하는 김무성계를 시작으로 △유승민계(김세연·이종훈 의원 등 10∼20명) △친이명박계(이재오·정병국 의원 등 20∼30명) △범비박계(이인제 최고위원 등 20여명) 등 수적 우세를 점하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수적 열세인 친박계는 서 최고위원을 필두로 한 구심점이 확고한 반면, 비박계는 다소 느슨한 연대전선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2대(친박 주류)대 8(범비박)’ 구도에도 불구하고 여권 주류 세력의 파워가 비박계를 압도하는 까닭이다. 다만 비박진영도 이날 김용태 의원을 중심으로 ‘유승민 구하기’에 나섬에 따라 친박계와의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朴 지지율, 與 지지율 하회…최종 타깃 ‘무대’
문제는 박 대통령의 선거 영향력이다. 거부권 정국을 기점으로 집권여당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장악력이 한층 강화될 경우 새누리당의 차기 총선 전략은 ‘박근혜 마케팅’에 갇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는 물론 지난 4·29 재·보선에서도 ‘박근혜 마케팅’에 기대지 않았다. 당 내부에선 ‘반(反) 박근혜’ 마케팅이란 말까지 나왔다.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극히 떨어진 ‘서울·경기·인천’을 기반으로 한 개혁 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집단 행동이 가시권에 들어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는 물론 지난 4·29 재·보선에서도 ‘박근혜 마케팅’에 기대지 않았다. 당 내부에선 ‘반(反) 박근혜’ 마케팅이란 말까지 나왔다.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극히 떨어진 ‘서울·경기·인천’을 기반으로 한 개혁 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집단 행동이 가시권에 들어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친박계 의원들은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등 영남권에 한정돼 있다. 특히 두 지역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과 조경태 의원 등이 주목을 받는 상황이 아니냐”며 “박 대통령의 승부수가 거부권 행사를 넘어 특정 인사(유승민)에게 낙인찍기까지 확장한 것은 장기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메르스 사태로 당·청 우위 관계가 뒤바뀐 상황에서 흐름에 역행하는 박 대통령의 승부수가 ‘자충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6월 넷째 주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3.6%, 새누리당 지지율은 37.2%였다. 다만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거부권 행사 직후 7.5%포인트 상승했다.
당·청 관계의 역전으로 위기감을 느낀 박 대통령이 ‘배신의 딱지’를 고리로 승부수를 던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셈이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의 승부수는 조기 대권행보에 나선 김 대표에 대한 돌직구로, 1피2타 전략”이라며 “‘국민을 위한 정치는 친박’, ‘자기 정치는 비박’ 구도를 만들어 ‘뉴친박그룹’ 프레임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청 관계의 역전으로 위기감을 느낀 박 대통령이 ‘배신의 딱지’를 고리로 승부수를 던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셈이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의 승부수는 조기 대권행보에 나선 김 대표에 대한 돌직구로, 1피2타 전략”이라며 “‘국민을 위한 정치는 친박’, ‘자기 정치는 비박’ 구도를 만들어 ‘뉴친박그룹’ 프레임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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