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신규 면세점 심사 기준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신청서를 제출한 국내의 한 대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2000년 이후 15년 만에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게 빗장을 푼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 연간 최대 2조원, 특허 기간 5년동안 10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다.
실제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이 고전하는 가운데 시내면세점만 유일하게 20% 이상 고공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성장 원동력은 단연 '유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청의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최대 고객인 유커에 대한 배점은 전무한 상황이다. 전문가를 비롯해 업체들 조차 주객(主客)이 전도(顚倒) 된 심사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심사기준에는 사업의 성패를 판가름할 수 있는 유커나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을 열도록 하는 방안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때문에 이번 관세청의 심사 기준은 '일방통행'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국내 입국자 1420만명 중에 43.2%에 달하는 중국인 관광객 612만7000명을 앞으로 어떻게 면세점으로 끌어들일지에 대한 조사는 전무한 상태다.
관세청이 지난 4월에 발표한 '면세점 특허심사 평가 기준 및 배점'은 크게 5가지다.
1000점 만점 중 △특허보세 구역 관리 역량(250점) △운영인의 경영 능력(30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정도(150점) 등이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용'에 불과하다.
정작 관광객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는 전체의 15%인 150점만 배정했다.
관세청이 이렇게 기업 규모와 상생만 강조하는 상황에서 비슷한 능력을 가진 참여 기업들은 해당 심사 기준에 따라 저마다 최대, 최고만을 외칠 수밖에 없다.
외국 관광객들의 주된 방문 목적이 '쇼핑'이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편의 증진을 위한 실천 방안 △상품 구성(MD)에 대한 차별화 전략 △점차 확대되고 있는 온라인 면세상품 판매 촉진 등의 실천적인 항목 등은 최소한 포함됐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5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특허기간으로 인해 사업자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재투자에 인색한 부분도 지적 대상이다.
관세청 입장에선 그저 '상품을 더 팔고 덜 파는 것은 기업이 알아서 할 일'로 떠맡기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탁상행정식 심사 기준에 따라 '침대에 키를 맞추는 꼴'이 된 시내면세점 특허 사업자 선정과 관련, 긴급진단을 통해 바람직한 심사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번 달 선정 예정인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뿐 아니라 12월에도 서울 3개, 부산 1개 등 모두 4개의 시내면세점 특허가 만료되면서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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