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15억3000만유로(약 1조9000억원)의 채무를 갚지 못하면서 국가부도에 직면했다.
IMF는 3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그리스의 부채 상환 실패를 공식 확인하면서 “그리스의 만기 연장 요청은 적절한 시점에 IMF 이사회에 (안건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IMF 채무 불이행으로 그리스가 앞으로 IMF의 자금 지원을 받기 어려워졌다”며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IMF 회원 자격까지 잃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리스는 선진국 가운데 처음으로 IMF 채무를 갚지 않은 사례를 남겼다. IMF 출범 이후 지금까지 IMF 채무를 갚지 않은 나라는 짐바브웨, 쿠바, 소말리아 등 최빈국뿐이었다.
앞서 그리스 정부는 6월 만기인 4개 부채를 통합해 이달 말 일괄적으로 갚을 계획이라고 지난 4일 밝혔다. 그리스는 이를 위해 30일 오후 유로안정화기구(ESM)에 2년간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하는 새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제안했지만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이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부채를 상환치 못했다. 상환 최종 시한은 IMF 본부가 있는 미국 워싱턴D.C. 시간으로 지난달 30일 오후 6시(한국시간 1일 오전 7시)였다.
그리스가 IMF에 체납해도 민간 채권자들을 상대로 연쇄 디폴트가 발생하는 공식적·전면적 디폴트 사태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IMF는 채무 상환 실패를 디폴트가 아닌 ‘체납(arrears)’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그러나 ‘체납’과 ‘디폴트’를 단순한 용어의 차이로 보고 사실상 디폴트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그리스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유일한 자금줄인 유럽중앙은행(ECB)은 IMF에 대한 그리스의 부채 체납 이후에도 유동성 지원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상했다.
이날 그리스 정부와 국제 채권단은 구제금융과 관련한 추가 논의를 이어갔다. 즉각적인 지원 가능성은 배제됐지만 신규 구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같은 날 국회의원들을 만나 “국민투표 이전에 그리스의 새 지원 요청에 대해 협상할 수 없다”며 “그리스 국민투표가 시행되는 5일 이전 독일은 3차 구제금융안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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