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과 러시아가 중앙아시아에서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를 재연한다. 과거 19세기 중앙아시아는 영국과 러시아 간 패권다툼의 장이었으나, 21세기에는 서방에 맞선 중국과 러시아의 공조 무대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8일(이하 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중국과의 공조 강화에 나설 예정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8일 제7차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와 9일 제15차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 우파를 방문한다.
청궈핑(程國平)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시 주석이 브릭스 국가 정상들과 만나 '브릭스 국가 파트너 관계, 세계 발전의 핵심요소'를 주제로 논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방러 기간 동안 '우파 선언', 'SCO의 2025년 발전전략'에 관련한 일련의 문건, 'SCO 회원국 변방합작 협정' 등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러시아는 SCO 개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SCO에는 중국과 러시아 외에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이 속해있다. 올해 SCO 정상회담을 통해 그간 옵서버로 참여해왔던 파키스탄과 인도가 SCO 가입절차에 착수한다.
SCO는 본래 회원국 국경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으나, 러시아는 이를 중국과의 공조 강화를 위한 기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FT는 전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각국과 사이가 틀어져 고립될 위기에 처한 러시아가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목적이다.
일부 러시아 안보전문가들은 SCO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응할 안보협력기구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옛 소련 시절 바르샤바조약기구가 무너지면서 군사적 영향력이 크게 감소한 러시아는 이들과의 공조를 통해 힘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정부 싱크탱크인 러시아 국제문제위원회(RIAC)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라시아에서 공조를 확대할 수 있는 핵심 프로젝트로 SCO를 비롯해 유라시아경제연합(EEU), 중국 주도의 신 실크로드 경제벨트(일대일로) 구상을 꼽았다.
러시아는 EEU을 통해 키르기스스탄과 벨라루스를 잇는 경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유럽 동부지역을 잇는 21세기 실크로드 경제벨트(일대일로)를 통해 새로운 경제블록 구축에 나서고 있다.
EEU와 일대일로는 중국과 러시아의 국제공동체 형성 개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일대일로가 완성되면 그간 러시아가 담당해온 아시아~유럽 수송로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점에서 러시아로서는 우려되는 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서방의 경제제재로 아시아 시장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러시아로서는 중국의 힘이 절대적인 상황이 됐다.
러시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며 우리의 목적과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는 더 이상 홀로 고립돼 있을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옌쉐통 중국 칭화대 현대국제관계연구소 회장은 FT에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미국으로부터 전략적인 압력을 받고 있으며 미국이 이같은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한 양국은 공조 관계를 지속해 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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