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시나리오, "점점 복잡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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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0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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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예측을 누가 할 수 있을까.

시나리오는 점점 갈수록 복잡해지고, 업계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국내 법원에서는 삼성의 손을 들어줬지마 국내외 유력 의결권 자문기관들은 연일 다른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외국인투자자 설득에 직접 나섰다.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 표대결을 앞두고 합병반대 기류가 높아지자 이 부회장은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박유경 네덜란드연기금(APG) 지배구조 담당 이사를 만났다. APG는 자산규모 500조원으로 세계 3위 규모 연기금이다. APG는 삼성물산 지분을 0.3% 가량 보유하고 있다. 박 이사는 홍콩에 아시아 본부를 둔 해외 기관 투자자 30여곳의 뜻을 반영해 삼성과의 대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부회장과 회동 직후 APG는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과 김신 사장, 삼성 미래전략실의 고위임원들과도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합병반대 입장 발표 뒤 외국인 투자자를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박 이사에게 삼성그룹의 중장기적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방안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저녁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리는 ‘앨런앤코 미디어 콘퍼런스’ 참석을 위한 출국이 예정돼 있었다.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앞두고 네덜란드연기금과 접촉한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반대 기류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실질적인 표 대결에서 의결권 자문기관을 설득하는 데는 애를 먹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선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주주들과의 소통 확대 차원에서 이뤄졌을 것으로 보이는 이번 만남에서 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나 삼성물산은 오는 17일 합병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주주총회를 여는 가운데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다. 앞서 글래스루이스와 ISS에 이어 한국의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최근 국민연금 등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양사 합병에 반대하도록 권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여기에 삼성물산 지분 0.2%를 보유한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 역시 합병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단일 주주로는 11.21%의 최대 의결권 보유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선택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기는 한다. 이번 사안이 국가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주장대로 산술적인 경제논리를 따라가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관측 역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반드시 성사시킨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민연금 등 이번 합병에 키를 쥔 투자자들이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단순한 투자자 입장으로만 이번 사안을 판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안이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표면적이지만 투자 이익에 대한 이야기하는 엘리엇의 편을 들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자칫 외국계 투기자본의 손을 들어줘 국부유출에 일조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으로서는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마저 합병에 대해 반대를 권고하는 의견을 냈다는 점이 부담이다. 다만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외에 제일모직 지분도 가지고 있어 합병 무산에 따른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향후 어떻게 작용할지가 궁금한 사항이다.

사실상 주총 표대결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이미 서로가 가지고 있는 실탄은 사실상 모두 내놓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어느 쪽에서 또 다른 상황이 나올지는 모른다. 일주일 후 어떤 상황으로 귀결될 지 궁금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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