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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 국정원장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국가정보원(국정원)의 해킹 의혹이 ‘정국 블랙홀’로 급부상했다. 해킹 프로그램 관련 업무를 담당한 국정원 직원 임모(45)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다, 유서에서 일부 자료를 삭제했다고 주장하면서 정보당국의 사찰 의혹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국정원 해킹 의혹 초반부터 제기된 △법 위반 정황 △구입 시점(2012년 총·대선 직전) △전방위적인 민간인 사찰 가능성 등의 의혹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임씨가 “일부 자료를 삭제했다”는 유서를 남기면서 ‘증거인멸’ 논란까지 더해진 양상이다.
◆“민간인·선거 사찰 없었다”…일부 자료는 삭제
경찰에 따르면 임씨는 유서에서 “민간인·선거 사찰은 절대 없었다”며 선거개입 및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국정원이 구매한 해킹 프로그램은 이탈리아 웹·모바일 감시용 스파이웨어 솔루션 개발업체 해킹팀의 ‘RCS(리모트 컨트롤 시스템)’이다.
국정원은 당시 2012년 ‘육군 5163부대’라는 위장 명칭을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가격대는 약 8억원(구입 및 유지·보수 비용 포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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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청. 국가정보원(국정원)의 해킹 의혹이 ‘정국 블랙홀’로 급부상했다. 해킹 프로그램 관련 업무를 담당한 임모(45)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다, 유서에서 일부 자료를 삭제했다고 주장하면서 정보당국의 사찰 의혹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임씨는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혹시나 대테러·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임씨가 국정원 불법사찰 의혹을 덮기 위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경우에 따라 국정원 불법 해킹 의혹이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특히 임씨의 행적을 둘러싼 의혹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정원 해킹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실제 숨진 임씨가 발견된 시각은 18일 정오께다. 임씨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 한 야산 중턱에서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가 자택을 나선 시각은 새벽 5시, 임씨 부인이 소방서에 신고한 시각은 오전 10시30분이다. 대북업무를 주로 맡은 임씨 부인이 불과 5시간 동안 연락이 안 됐다는 이유로 실종신고를 한 것이나, 경찰과 소방당국 등이 즉시 위치 추적에 나선 점도 석연치 않다.
◆與 “삭제파일 100% 복원” vs 野 “전방위 사찰”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보안이 생명’인 국정원은 임씨 발견 당시까지 사실상 이번 사건을 방치한 듯한 의문마저 남기고 있다. 경찰 등과는 달리, 적극적인 위치 추적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돼서다.
이미 국정원은 해킹 프로그램 구매 과정에서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상 국회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는 비판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구매 시점도 2012년 1·7월로 각각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이다. 국정원 해킹 의혹이 YS(김영삼) 정부 때인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 전신) 불법도청 전담조직인 미림팀’에 버금가는 한국 정치의 오점으로 남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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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사진제공=청와대]
야권은 이날 국정원 해킹 의혹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파상공세를 폈다. 신경민 의원은 “할당된 IP가 138개다. 할당 기관은 KT, 서울대, 한국방송공사 같은 공공기관이고, 다음카카오 같은 일반 기업도 있다”며 전방위 사찰 가능성을 주장했다. 야권은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단은 물론 국정조사, 특별검사제(특검) 도입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즉각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정원에서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물을 과학적으로 조사해 정보를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100% 복구할 수 있다고”고 반박했다. 국정원도 “삭제된 자료의 국회 정보위원회 공개가 가능하다”고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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