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터특파원 박요셉 기자 =미국 정부가 교도소 재소자의 대학 교육을 지원하는 학자금 무상보조(펠 그랜트·Pell grant) 프로그램 재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늘어나는 죄수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서 교육을 통해 범죄울을 낮춰 재소자 수를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의회의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1년 만에 재도입할 재소자 학자금 무상보조 제도는 '두 번째 기회를 위한 펠 그랜트 프로그램'으로 명명됐다. 장학금을 받고 공부하는 죄수 학생에게 준 학사학위 또는 학사학위를 줘 출소 후 두 번째로 인생을 살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다.
미 정부의 안 던컨 교육부 장관과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이 31일(현지시간)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미국 재소자 수천 명이 학자금 무상보조의 혜택을 받게 된다. 정부는 2016년 가을 학기부터 출소를 5년 미만으로 앞둔 재소자에게 이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학자금 무상보조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연방 정부가 무상으로 일정액의 학비를 보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등록금과 책 등 교육 관련 비용을 연간 5775달러(약 676만 원)까지 지원해준다. 이 보조금은 재소자에게 직접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교도소에서 강의를 하는 기관에 비용을 변제해주는 식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미국 의회는 1994년 각 주와 연방 정부의 교정 시설에 있는 재소자에게 무상 장학금을 주는 제도를 금지했다. 그로 인해 교도소 내에서 운영되는 대학 교육 프로그램 숫자는 급감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랜드(Rand) 연구소가 201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강좌 등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재소자들의 재범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재소자들이 학자금 무상보조를 받지 못하게 제한한 금지령을 해제하자고 제안해왔다. 반면 정부 당국은 금지령을 일시적으로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을 교육부에 일임한 고등교육법(HEA) 조항을 활용하면 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교도소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중순 "미국은 지나치게 많은 죄수를 교정 시설에 가둔다"면서 대대적인 사법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모든 재소자를 교도소에 1년간 가두는 비용이 전체 공립대학의 등록금과 맞먹는 상황이라 예산 집행에서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며 즉각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재소자에게 학자금 무상보조를 다시 제공하자는 법안을 공동발의한 다나 애드워즈 연방 하원의원(민주, 메릴랜드)은 이 법안을 실행하는 초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에 비해 재범률을 낮춤으로써 장기적으로 절감되는 사회적 비용은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안에 반대하는 크리스 콜린스 연방 하원의원(공화, 뉴욕)은 “재소자 숫자를 정말 줄이고 싶다면, (대학 강의처럼 고등교육이 아닌) 더 어린 나이부터 교육을 장려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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