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신격호 총괄회장이 모종의 지시를 했다. 하지만 나는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 그날은 7월 15일이었다."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은 1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의를 표명하며,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신 직무대행은 "지난달 27일 신 총괄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신 총괄회장의 뜻에 따른 것으로 누구를 지지해 일본행을 택한 것이 아니었다"며 "도쿄에 갈 때도 말썽이 생기고 시끄러울 것 같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신 구단주 대행은 "7월 15일에도 어른(신격호 총괄회장)이 불러 여기서 내용을 말씀드릴 수 없는 지시를 받았지만 집행하지 않고 잘 해결되도록 기다렸다"고 말했다.
때문에 신동인 회장이 언급한 '7월 15일'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사실 이날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날이다.
그렇다면 신 총괄회장이 신 구단주 대행을 불러 내린 지시는 무엇이었을까? 가장 유력한 것은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해임하라는 지시였을 것이란 주장이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이 자신의 경영 실적 등을 왜곡해 보고했다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한 설득 작업에 나섰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4월부터 아버지를) 일주일에 1∼2회 만나 설명했다"며 "말도 하지 않는 상태였으나 마침내 5월 연휴가 끝날 때쯤부터 '사실은 이런 것이었다'고 얘기를 풀어나가 '그렇다'고 하는 것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15일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과 관련해서도 "아버지 의사에 반한 것"이라며 "무리하게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가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이는 "집행하지 않고 잘 해결되도록 기다렸다"라는 신 구단주 대행의 뒷말을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신 총괄회장과 신 직무대행의 실질적 권한과 그 권한의 위임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경영권에 관여할 수 없는 신 직무대행에게 신 총괄회장이 왜 그런 지시를 내렸을까 의문"이라며 "신 총괄회장이 당초 사람을 구별하지 못했거나 담당 업무를 헛갈려 해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렸고, 신 직무대행도 월권행위를 할 수 없어 집행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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