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열린 SK그룹 ‘확대 경영회의’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2년 7개월여 만에 가진 그룹사 사장단과의 대면식이자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출범 시킨 뒤 최 회장과 수펙스추구협의회 전 멤버가 참여하는 첫 회의였지만 반가움 보다는 절박감과 긴장감이 도는 시간이었다.
최 회장이 예상을 깨고 14일 출소 직후부터 서울 서린동 본사에 출근한 배경이다. 그는 출소 후 계속 ‘빨리빨리’를 스스로 실천하고, 경영진에게 주문하고 있다.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투자를 결정하거나 논의하려고 (오늘) 회의를 소집했다”며 현장 방문계획에 대해 “최대한 빨리 움직여 보려고 한다. 현장도 가봐야 할 것 같다”고 답한 것은 SK그룹은 물론 우리 경제의 상황이 한발 떨어져 바라봤을 때와 달리 더욱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확대 경영회의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발언과 주문을 이어나갔다.
특히 "이를 위해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며 “오늘 언급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투자 외에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분야도 빠른 시일내에 투자확대 방안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SK가 발표한 청년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인 ‘고용 디딤돌’ 프로젝트와 청년의 창업지원 모델인 ‘청년 비상(飛上)’ 프로그램은 대단히 혁신적인 접근으로 빠른 시일에 성공모델 만들어 확산되도록 확실히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재육성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창근 수펙스협의회 의장은 “취업 준비생과 중소기업을 연계시키는 ‘고용 디딤돌’,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비상’같은 혁신적인 프로그램의 조기성과 창출 및 확산에 전념하겠다”고 보고했다.
최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경기부양에 있어 가장 중요한 투자와 고용을 가능한 단기간에 집중해 불확실한 가운데에서도 발굴 가능한 미래의 사업 기회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정적이자 안정적인 기업 이미지가 강했던 SK그룹 기업문화를 빠르고 동적인 분위기로 바꾸겠다는 의지다.
이를 반영하듯 SK는 이날 청년고용 확대 및 고용 안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모든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키로 했다.
한편 최 회장은 국민기업으로서의 SK그룹이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경영현장에서 떨어져 있는 동안 기업은 사회 양극화, 경제활력, 청년실업 등의 사회문제와 별개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육중한 책임감을 느꼈으며, 기업인에게는 기업의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국가경제 기여가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다시한번 마음속 깊이 새겼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점에서 돌아보는 광복 70년의 의미는 아시아 최빈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던 유일한 민족이란 점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기업 차원에서는 미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자신감을 갖는 것으로, 이는 (저)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SK의 성장에도 핵심 가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광복 70년에 제가 (사면받아)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이뤄온 선배세대와 국가유공자,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해 기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SK가 나름 노력해 왔지만, 자성할 부분도 있다. 이와 관련한 대안을 같이 고민해 보겠다”고 전했다.
이에 이문석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은 “광복70년의 위대한 여정을 만들어 온 독립유공자를 비롯해 선배 세대들을 위해 기여할 수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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