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보행자가 휴대전화 통화를 하다가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당하면 100% 본인 책임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차량 운전자들과 마찬가지로 보행자들 역시 휴대전화로 인한 부주의를 스스로 책임져야한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부(오성우 부장판사)는 교통사고를 당한 A씨의 요양급여를 내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고 차량 운전자 B씨와 그 보험회사를 상대로 A씨의 치료비를 요구하며 낸 구상금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2013년 7월 B씨는 서울 중구의 편도 3차로 중 1차로에서 자신의 승합차를 운전해 가고 있었다. 당시 차량 소통이 원활해 평균속도를 내던 B씨는 전방에 있는 횡단보도 신호등이 차량 운행신호인 것을 확인, 그대로 지나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반대 차선의 정체된 차량들 뒤쪽으로 A씨가 휴대전화 통화를 하며 걸어나왔다. A씨는 차량 운행신호 중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앞으로 나갔고 B씨 역시 A씨를 발견했을 때 이미 늦은 상태였다. B씨는 급정지를 했지만 A씨를 들이받았다.
A씨는 넘어지면서 크게 다쳐 두개골 골절과 외상성 뇌출혈 등 진단을 받고 8개월여간 치료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급여비용으로 4300여만원을 부담하고 A씨가 본인 부담금으로 920여만원을 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운전자 B씨가 전방주시 의무를 위반해 사고를 냈다며 A씨의 치료비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은 이 사고에서 차량 운전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횡단보도의 보행신호가 빨간불인 상태라 반대 차선으로 보행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 당연하며 운전자가 그렇지 않을 경우까지 예상해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고는 할 수 없다고 봤다.
또 B씨의 운행 속도가 그 앞 차량에 비해서 과속이라고 볼 수 없고, A씨가 B씨의 시야에 나타난 시점과 사고 발생시까지의 시차가 매우 짧다는 점도 고려됐다.
2심 역시 이런 판단이 옳다며 공단 항소를 기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