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대구 여대생’ 죽음의 진실은?스리랑카에 가 용의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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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2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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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사진: SBS 제공]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29일 오후 11시 10분 방송될 ‘그것이 알고 싶다’에선 15년 전 숨진 故 정은희 양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파헤친다. 그리고 죄가 있어도 처벌할 수 없는 현 사법제도의 한계와 공소시효의 덫에 걸린 정의를 바로잡는 방안을 고민해 본다.

지난 1998년 10월 정은희 양은 대구 구마고속도로 위에서 23톤 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당시 유가족은 은희 양이 사고 전에 성폭행을 당했을거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사건은 의문점만 남기고 단순 교통사고로 종결됐다.

故 정은희양 아버지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경찰들이 ‘채소 장사하는 주제에 니가 뭐 안다고 부검감정서 볼 줄도 모르면서 우리가 교통사고라 하면 교통사고인 줄 알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은희 양의 속옷에서 남성의 DNA가 검출됐다. 하지만 DNA와 일치하는 사람이 없어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15년 만인 2013년 6월 DNA 일치자를 찾으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DNA 일치자는 놀랍게도 당시 대구의 한 공단에서 일했던 스리랑카인 K였다.

서울대 법의학과 이숭덕 교수는 “우연히 다른 사람이 11개의 유전자에서 똑같은 유전자(특성)를 가질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는 거죠. 같은 사람일 확률이 99.99999...%, 9가 16개인 거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1998년에 일어난 성범죄는 이미 10년이라는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그 죄를 묻기 어려웠다. 검찰은 은희 양의 현금과 소지품이 사라진 사실을 포착해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도강간죄’로 기소하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스리랑카인 K에 대해 무죄 선고를 내렸고, 지난 11일에 열린 2심에서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5년 전의 일을 매우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까지 기억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범죄 심리전문가 이수정 교수는 “범인을 뻔히 잡고도 벌할 수 없는 사법제도의 약점을 보여주는 사건이죠”라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외국인 보호소에 있는 K를 만날 수 있었다. 그날의 진실을 묻는 제작진에게 K는 범행 일체를 극구 부인했다. 그런데 당시 K가 일하던 공단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K뿐만 아니라 두명의 스리랑카인 용의자가 함께 여대생을 성폭행했고, 현재 그 용의자들은 스리랑카로 돌아간 상태라는 것이다.

2014년에 열린 1심에서 당시 공단에서 떠돌던 소문을 들은 스리랑카인이 증인으로 섰지만, K의 죄를 입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오래된 과거에 전해 들은 이야기를 기억에만 의존해 진술한 전문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런데 검찰과 경찰은 전수조사 끝에 새로운 증인을 찾아냈다. 그는 K의 보복을 두려워했고 신변보호를 위해 ‘홍길동’이라는 가명으로 법정진술을 했다. 어렵게 제작진을 만난 ‘홍길동’은 조심스럽게 그날의 일을 제작진에게 털어놓았다. ‘홍길동’은 놀랍게도 15년 전의 일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새로운 증인 ‘홍길동’은 “사진 하나 있었어요. 아가씨 사진 하나, 학생 사진 하나 있었어. 지갑 안에, 나한테 보여줬어요. 코팅되어 있다고 했어요. 그 코팅 뺐다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홍길동’은 스리랑카에 있는 또 다른 용의자중 한 명인 자일라(가명)가 K와 함께 故정은희 양을 성폭행한 얘기를했다. 심지어 은희 양의 학생증에 붙어있던 증명사진까지 보여준 사실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진술을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너무 구체적이라 신뢰할 수 없다는게 그 이유였다.

범죄 심리전문가 이수정 교수는 “이거는 굉장히 고유한, 강도를 입증할 수 있는 단서거든요. 그 대목은 굉장히 중대한 사안이에요”라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또 다른 용의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 위해 스리랑카로 떠났다. 스리랑카에 사는 용의자들이 지금이라도 그날의 진실을 털어놓으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끈질긴 추적 끝에 용의자들이 사는 곳을 어렵게 알아낼 수 있었다. 과연 제작진 앞에선 그들은 15년전 사라진 진실의 행방을 털어놓을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그날의 일을 모른체 할 것인가?

현지의 스리랑카인은 “그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들한테 죽을까봐 제가 알려줬다고 말 안 해요. 여기는 성범죄에 대한 법이 너무 세서 큰일 나요. 감옥에 가도 맞아 죽죠”라고 말했다.

그들의 행적을 추적하던 제작진은 한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스리랑카인들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많은 스리랑카인이 당시 소문 내용을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K의 범행은 15년간 밝혀지지 않았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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