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에서 시작된 경기후퇴 기류가 아시아 대륙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 중국 성장둔화에 수요가 줄고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 불가항력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한국의 지난달 수출지표는 중국의 경기침체가 아시아 경제 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의 8월 수출액은 최대 무역파트너인 중국의 경기둔화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7%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래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지난 24년간 심각한 침체기 없이 강인한 펀더멘털을 과시했던 호주 경제도 상황이 달라졌다. 원자재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호주는 1년 이상 지속된 원자재 가격 하락세와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호주 통계청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2% 증가에 그쳐 시장 전망치(0.4% 증가)를 밑돌았다고 2일 밝혔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유비에스(UBS)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해 2분기를 시작으로 호주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호주 최대 광업전문기업인 BHP빌리턴은 최근 실적 둔화에 따라 주요 사업분야인 구리, 금, 우라늄 광산의 수백개 일자리를 감축하기도 했다.
일본 경제 상황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중국 여파로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일본의 경제상황이 3분기에도 비슷하게 연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6월 일본의 대중국 수출은 10.8% 감소했으며, 올해 하반기에도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장비 등 수요 감소로 둔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국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부터 철강, 기계류, 그 밖에 생활 필수품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중국 수출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촉발된 중국산 제품 가격 하락은 이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 신흥국과 원자재 수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만큼, 중국의 성장 둔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 하락은 아시아 국가의 투자와 민간 수요에 타격을 주면서 관련 국가의 경기를 냉각시키고 있다.
이날 IMF 역시 중국발 쇼크가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이 2개월 전에 비해 어두워졌다"며 "특히 아시아 경제가 예상보다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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