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미세스캅' 우아함에 갇히지 않은 김희애표 여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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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3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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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미세스캅' 포스터]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순대를 질겅거리고, 발가락으로 양말을 벗고는 소파에 대자로 뻗어버리는 김희애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우악스럽게 소리 지르기는 기본, 온몸에 흙이 묻도록 뒹굴고 내달리면서 범인 잡기에 몰두한다.

배우 김희애가 아줌마 형사로 변신한 SBS 월화드라마 ‘미세스캅’이 29일 종영했다. 범인도 잡고 자식의 마음도 잡기 위해 종종거리는 아줌마 형사…내용에서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를 벗어나지 않는 데다 그마저도 뻔하고 시시하게 펼쳐지지만, 시청률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이유는 김희애의 변신이다.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던 전작 ‘밀회’에서 피아노를 치던 고운 손으로 총을 단단히 잡아 쥔 김희애는 박력은 없지만 절실함이 가득한 액션을 펼치면서, 밖에서는 죄인 잡기에 고군분투하고 집에서는 한없이 죄인이 되는 워킹맘의 고달픔을 연기하면서 ‘미세스캅’이 된다. 제작발표회에서 “내 나이에 들어오는 배역은 남편을 누군가에게 뺏기거나 아이를 잃어버리는 엄마 역할뿐”이라고 통탄할 만큼 획일화된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한을 풀 요량인 듯, 매 장면을 치열하게 연기해냈다.

하지만 제작진의 게으른 안일함은 김희애의 변신을 빛바래게 한다. ‘CSI’ 등의 미국 드라마로 눈이 높아진 시청자를 따라가기에는 제작진의 발걸음이 너무 더디다. ‘소년탐정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같이 전후 관계 명확한 수사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명색이 추리물인데 ‘아줌마의 직감’으로 어물쩍 넘어가 버리는 일이 다반사니 맥이 빠진다. 그마저도 아줌마도, 경찰도 아닌 시청자 역시 할 수 있는 지경이라 절망스럽다.

그럼에도 목표를 잃지 않고 끝까지 길을 따라간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그마저도 못하는 드라마가 국내에 태반이니까. 김희애뿐 아니라 김민종 손호준 이다희 손병호의 연기도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데 큰 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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