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수조원대 유사수신 사기범 조희팔(58)의 최측근 강태용(54)이 지난 10일 중국에서 검거됨에 따라 조씨의 '위장 사망'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14일 대구지검에 따르면 중국에서 검거된 강태용이 한국에 송환되는 대로 조씨 생사를 확인할 계획이다. 강씨는 조희팔 사기의 실질적 2인자인 만큼 조씨의 상황을 잘 알것이라는 게 검찰 측의 판단이다.
검찰은 피해자들을 통해 입수한 조씨와 측근 간 녹취록의 내용을 확인해 조씨의 생존 가능성을 살펴볼 방침이다.
2012년 2월께 녹음됐다고 전해진 이 녹취 자료에는 "'전부 돈만 뜯어가고 일을 하지 않는다'며 삼촌(조희팔)이 노발대발했다" "지금 일이나 빨리 좀 해결해 달라고 삼촌이 신신당부합니다" 등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조희팔이 이 녹취 파일이 만들어진 시점보다 앞서 2011년 12월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녹취 내용이 사실이라면 조씨가 경찰이 발표한 사망 시점 이후에도 친인척 등과 접촉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녹취록에는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등 전·현직 검사 3명의 이름도 거론되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강태용이 붙잡히자 조희팔 사건 관련 제보도 쏟아지고 있다. 제보 내용은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 칭다오(靑島) 등 중국이나 필리핀,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서 조씨를 목격했다는 내용이다. 조씨와 강씨가 성형수술을 해 지금까지 검거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검찰은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조씨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외 조력자 등을 상대로도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검찰은 조씨와 강씨의 중국 도피과정에서 자금제공 등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검찰은 강태용이 검거 당시 머물렀던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의 아파트에서 중국 공안 당국이 확보한 자료도 강씨 신병과 함께 넘겨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범죄인 인도의 경우 지금까지 신병만 넘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강태용은 10일 우시시의 한 아파트에서 잠복 중이던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 2008년 11월 초 중국으로 달아난 이후 7년 만이다.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된 강씨는 현재 우시 공안국에 구금돼 있는 상태다. 한중 정부간 신병인도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강씨는 다음주 안으로 한국에 강제송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조희팔은 의료기기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2004∼2008년 4만∼5만 명의 투자자를 끌어모아 4조 원가량을 가로챈 뒤 강태용보다 한 달여 뒤인 2008년 12월 중국으로 밀항해 도주했다. 그는 2011년 12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경찰은 조씨 사망 근거로 사망진단서, 화장증, 장례식 동영상 등을 제시했으나 DNA 확인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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