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1년 365일 '공사중'이었던 중국이 '용틀임'을 뒤로하고 중국 연안지역에서 제2도약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그 후 '중국의 배꼽'으로 불리는 중원을 둘러싼 중부지역이 개발붐에 휩싸였던 2년 전, 양창수 당시 광저우 총영사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노동집약적 사업의 시대는 끝났고 산업의 고도화로 인한 고급 인력의 필요성 강조했다.
지난 5월 공관 업무를 끝내고 귀국한 양 대사를 2년 만인 지난 13일 다시 만났다. 경기도 국제관계 자문대사로 돌아온 양 대사는 제3도약의 길목에 서 있는 중국을 바라보며 한국과 중국이 '번영지교'의 발전 방향의 흐름을 맞아 그렇게 흘러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번영지교'.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교란지교'에서 따온 말이다. "한중이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면서 이해의 폭도 더 넓혀 과거의 좋은 경험에 기초해 좀 더 미래 지향적이고 확대적인 개념으로 가야한다"는게 양 대사의 설명이다.
아울러 양 대사는 번영지교를 위해선 급변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통(通)으로 불리는 양 대사도 최근 하나의 벽에 부딪히는 걸 느꼈다고 한다.
양 대사는 "종전까지의 한중 파트너십에서 이제 좀 다른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중국은 오는 2025년까지 단순한 제조업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당 차원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IT산업과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킬 테고 우리가 발전을 지속시켜왔던 그 방향과 비슷하지만 서비스 산업보다 첨단 산업으로 더 방향을 틀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현재 많은 국유기업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고 중국의 제3도약은 '구조조정과 업그레이드' 시기에 접어들었다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한국이 원료를 중국에서 가공해 수출하는 가공무역 형태로 시작, 중국에서 중간재 부품을 만들어 팔면서 한중간 경제적 업그레이드는 이뤄냈지만 이제 그 이상의 제3도약의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런 중국의 흐름을 잘 읽어내기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곳은 어디일까.
양 대사는 "중국과 경쟁을 계속하려면 전체적인 중국을 보기보다 중국 최초 경제특구인 광둥성 선전(심천)을 주목해야 한다" 고 말했다.
개혁개방 시기 2만6000명 정도의 인구를 갖은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선전이 이후 외지인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경쟁력을 높였고 토착민보다 능력을 가진 자만이 성공할 수 있는 지역을 발전했다. 사실상 '중국의IT 산업의 메카', 'IT 산업의 블랙홀'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IT산업의 시동을 건 지역이 됐다.
이 지역에는 현재 삼성전자와 겨루는 화웨이, '중국의 애플' 샤오미, TCL 그리고 다음카카오의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중국 '인터넷공룡' 텐센트(騰訊), 애플의 최대 하청업체이자 SK그룹과 전방위적으로 사업 협력을 맺은 중국 홍하이그룹 팍스콘 공장이 있다.
양 대사는 "선전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창조경제의 현실을 좁은 범위 내에서 목도할 수 있지 않겠냐"며 "산업경쟁력 차원에서 참고하며 우리에게 부가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전반적 흐름을 꿰뚫고 있는 양 대사가 중국통(通)으로 불리는데 는 유창한 중국어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1998년 베이징 근무 시절, IMF가 한국을 휩쓸 무렵 중국 첫 한국학교인 베이징한국국제학교 설립의 실무를 담당했다. 그리고 난후 2012년 4월 광저우 총영사로 부임한 직후, 넉넉하지 않은 교민들의 자녀가 비싼 등록금의 국제학교에 다닐 리 만무했다. 양 대사는 달러가 없어도 다닐 수 있는 국제학교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1년을 고군분투, 광저우 한국학교 설립했다.
중국에서 근무하기 전 외교부에서 유럽국장을 했던 그는 "일 벌이기 좋아해 팔자에도 없는 중국 공관 업무를 3번이나 했다"고 농담했다.
하지만 한중수교 당시 막후교섭을 벌이고 수교 후 대사를 지낸 권병헌 대사 밑에서 일한 그가 어떤 긍지로 중국근무를 했을지는 예상 가능하다.
사실상 주중 대사관이나 영사관은 '외교관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어가 안 되거나 중국을 잘 모르면 외교력을 발휘하기 힘든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그에게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대해 물었다.
양 대사는 "너무 우리가 기대를 갖고 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는 조금은 의아한 대답을 했다
그는 "그렇다고 기대를 전혀 말라는 건 아니다. 중국도 우리가 먼저 신뢰하고 존경하면 훨씬 장기적으로 사귈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라며 서로 돕고 살아온 '후어빤(동료,친구)'정신을 잊지 말고 진심으로 중국인을 대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 양 대사는 경기도 국제관계 자문대사로 한-중 지방간 교류 관련 여러 자문을 하고 있다.
양 대사는 "내수시장을 개척하라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기업들에게 어려운 이야기다"며 "좋은 파트너를 만나서 같이 이익을 공유하는 윈윈(win-win)자첵 어려운 상황에서 막연한 정보로 접근해 왔던 지자체나 기업들의 실패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대사관, 영사관 뿐 만 아니라 코트라나 한국 상회 등 정식기관을 통해서 접근하면 많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양 대사는 "경기도의 경우 지자체의 국제관계업무가 말이 지방정부지 외교통상 기능이 크다"며 "지방정부도 외교를 보완하고 살찌우는 그런 일들이 많아 현재 광동성과 산동성, 요녕성과 외교 관계 맺는 등 한-중 지방간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 지방간에도 단순히 MOU 체결을 넘어 무언가를 같이 하는 모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과거 중국 업무 경험을 살려 중국 지방 정부에 많이 소개하고, 초청해 경기도내 유수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중국, 중국 시장, 중국 사람에 대해 우리의 마음가짐에 대해 물었다.
양 대사는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 가면 돈 번다고 생각하는데 구슬을 어떻게 꿸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며 "작은 신뢰가 커지는 것이지 큰 신뢰가 한번에 되는 것은 아니니 개방적이고 포용적 사고로 중국인을 대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 중국 관광객에 대한 시선이 고객은 고객이지만 비화하는 측면이 강했는데 메르스 사태 이후 중국인들로 인한 관광 수입이 줄어드는 데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서 우리가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성숙되고 매력적인 국가란 스스로 드러내지 않아도 저절로 우러나오는 구조가 되야 한다"며 어려운 '환란'으로 만들어진 한중 관계가 환란지교(患亂之交)를 넘어 '교란지교'로 발전해 '번영지교'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창수 대사는 누구인가]
중국 근무를 3번이나 한 양창수(58) 경기도청 국제관계대사는 외교부 내 중국통(通)중 한 사람이다.
그는 1984년 제18회 외무고시로 입부해 주 중국대사관과 노르웨이대사관, 주루마니아대사관을 거치고 2001년 주광저우 영사관 영사 지냈다.
그 후 일본 총영사와 유럽국 심의관을 거치고 2009년 외교부 유럽국장을 역임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두차례 주 광저우 총영사를 지낸 보기 드문 이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5월부터 경기도청 국제관계대사로 경기도와 중국지방 정부간 외교·통상 분야에 자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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