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가연 기자 =뉴욕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 등 주요 해외미술관들을 거치며 세계적인 현대미술작가로 자리매김한 이불(52)의 최근작이 프랑스 파리 팔레 드 도쿄에서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의 첫 해외전으로 기획된 '새벽의 노래 Ⅲ AUBADE III'는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프랑스 팔레 드 도쿄와 공동주최로 진행된다.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우리나라 중진 작가층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됐으며 이번 전시에선 이불의 가장 최신작과 작가의 작업 맥락을 집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게 구성했다.
1964년생 작가 이불은 1990년대 후반부터 베니스비엔날레, 퐁피두아트센터 등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초기인 1980년대에는 '아름다움', '파괴' 등을 주제로 퍼포먼스, 설치, 조각작품을 통해 미술계의 고정관념을 깨려고 시도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기계와 유기체의 혼합형인 사이보그 시리즈 작업으로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고 최근엔 개인의 기억과 경험을 인류의 역사적 사건들과 결합하며 성찰하게 하는 '나의 거대서사 (Mon grand recit)'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새벽의 노래 Ⅲ'은 '나의 거대 서사' 시리즈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선 그동안 계속해온 역사와 시대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한층 더 확장된 형태로 발전시켰다. 작가는 독일 건축가 브루노 타우트의 1919년 작 '새로운 법령을 위한 기념비 (Monument des Neuen Gesetzes)'와 20세기 초 힌덴부르크 비행선 등 모더니즘 상징물로부터 영감 받은 조명탑 구조를 선보였다.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구조물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증기가 전시공간을 가득 채운다. 구조물 상부에선 붉은 점과 같은 LED 조명이 점멸하며 어렴풋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증기가 걷히고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황홀하지만 처절하다. 허공에 떠 있는 기념탑과 비행선은 빛의 반사로 인해 눈부시게 반짝인다. 그러나 비행기에서 떨어져나온 거대한 파편들은 언제든 내려앉을 듯 허공을 맴돌며 '테크노-디스토피아'의 처절함을 보여준다.
작가는 "그냥 우리 주변에 사실은 존재하는 어떤 '유령'처럼 또는 '요정'처럼 그런 식으로 다루고 싶었다"고 말하지만 작품은 완벽에 대한 헛된 열망과 적나라한 실체를 통해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전시는 내년 1월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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