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한국인들의 삶의 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19일 발표한 '2015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평가한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80점으로 OECD 평균(6.58점)보다 낮았다. 삶의 만족도 순위는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7위에 그쳤다.
◇ “자녀 양육 환경 크게 떨어져...학업 성적은 우수”
삶의 만족도는 나이가 들수록 떨어졌다. 15∼29세의 만족도(6.32점)는 50대 이상(5.33점) 점수보다 1점가량 높았다. 30∼49세의 만족도 점수는 중간 수준인 6.00점이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삶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한국 어린이가 처한 환경은 좋지 못했다. 한국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은 하루 48분으로 OECD 평균(151분)에 못 미쳤다. 한국 아빠와 아이의 교감 시간은 하루 6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짧았다. OECD 평균은 47분이다.
아빠가 같이 놀아주거나 공부를 가르쳐주거나 책을 읽어주는 시간, 신체적으로 돌봐주는 시간은 각각 3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15∼19세에 학교를 다니지 않고 취업도 않고 훈련도 받지 않는 방치된 비율도 9번째로 높았다.
대신 학업성취도 면에서는 한국 학생들의 순위가 높았다. 15세 이상의 읽기능력은 2위, 컴퓨터 기반 문제 해결 능력은 1위였다. 한국 학생들이 우수하다는 평가지만 높은 사교육 비용과 학력 지상주의에 따른 지나친 경쟁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 몸과 마음 다 아픈 한국..."사회 연계·건강 만족도도 최하위"
사회 연계와 건강만족도, 안전 등의 항목에서도 한국인들의 낮은 삶의 질을 가늠할 수 있다. 한국의 사회 연계 지원 부문은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였다. 사회 연계 지원은 어려울 때 의지할 친구나 친척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항목이다.
한국의 사회 연계 지원 점수는 지난해 72.37점으로 OECD 평균(88.02점)에 크게 못 미친 것은 물론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았다. 그나마 15∼29세의 점수(93.29점)는 OECD 평균(93.16점)보다 높았다. 30∼49세(78.38점)에서 점수가 급격하게 낮아져 50세 이상의 점수는 67.58점으로 급락했다. 50세 이상에서 60점대를 받은 것은 터키(67.58점)와 한국뿐이었다.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80∼90점대를 기록했다.
건강 만족도 역시 한국은 2013년 35.1점으로 2009년(44.8점)보다 후퇴했다. 한국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에 만족하는 정도는 OECD 평균(68.8점)보다 20점 이상 낮아 34개국 가운데 꼴찌였다. 밤에 혼자 있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는 정도 역시 한국(61점) 순위가 28위로 하위권이었다.
정신적인 삶은 피폐하지만 물질적으로는 세계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9년 이후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가구당 순가처분소득은 2013년 기준 2만270달러로 2009년보다 12.28% 상승했다. 이는 상승률 집계가 있는 OECD 29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는 "한국은 2009년 이후 가계 수입·금융 자산·고용의 증가, 장기 실업률 감소 등 물질적 웰빙 지수가 대부분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정위기로 타격을 받은 유럽 국가들이 많은 덕분에 한국이 물질적 지수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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