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경쟁력 잃은 한국 굴착기 업체...설 곳 좁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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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2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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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건설장비 시장에서 '황금시대'를 누렸던 한국 기업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중국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 외에 몸집과 기술력을 앞세운 미국·일본 업체와 저가경쟁력을 갖춘 중국 로컬 업체의 공세에 밀리고 있다.

최근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중공업 등 우리나라 대표 굴착기 생산업체들은 중국발 여파에 따른 실적악화에 감산(減産)과 사업재편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줄어드는 수요에 맞춰 생산을 줄이고, 일부 사업을 매각해 손실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과거 중국에서는 '금구은십(金九銀十)'이란 말이 통용되던 때가 있었다. 건설 및 장비 등 관련 사업에 호재가 될 수 있는 9월과 10월의 부동산 시장 호황기를 의미한다. 하지만 현재는 심각한 불황을 의미하는 '냉구한십(冷九寒十)'으로 변화했다. 혹한기가 이어지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기술개발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 한국 '텃밭' 中 굴착기 시장의 재편...로컬기업의 맹공

중국공정기계상업무역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29개 업체 굴착기 판매량은 총 3197대로 지난해 동월(4562대)에 비해 29.92%나 줄었다. 그중 높은 마진을 창출하는 대형 굴착기 판매량은 43.14%의 큰 감소폭을 보였다.

브랜드별로 중국 대표 건설장비 업체 싼이중공업(三一重工), 미국 캐터필러, 중국 쉬궁(徐工), 일본 히타치 등 4대 브랜드가 중국 시장 전체 점유율의 45%를 차지했다. 중국 로컬 브랜드가 50.52%를 차지했고, 이어 한국과 일본(31.43%), 미국과 유럽(18.05%)의 순이었다. 중국 기업의 급성장속에 미국과 유럽 브랜드의 약진이 눈에 띈다. 

10년전만 해도 중국에서 합산 40%에 달하는 점유율을 자랑했던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중공업은 각각 올해 2분기 7%대와 3분기 4%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굴착기 판매량은 3743대로 2010년(1만8467대)과 비교해 다섯배 가까이 감소했다. 두산인프라코어도 같은 기간 2만2093대에서 6905대로 떨어졌다.

중국 건설경기 부진에서 시작된 한국 업체의 위기는 저가경쟁력과 끈끈한 관상(官商)동맹으로 맺어진 중국 기업의 공세에 본격화된다. 과거 일본 고마쓰, 미국 캐터필러 등에 비교해 가격을 낮춰 중국 시장에 안착했던 우리나라 업체들은 이제 가격으로는 더이상 중국 기업에 맞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 한국, '감산'으로 임시 돌파구...'기술력'이 관건

최근 우리나라 건설장비 기업들은 앞다퉈 생산량 감축에 나서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 건설기계 시장침체로 수요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기업의 실적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는 현재 매각이 논의되고 있다. 회사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재무적 투자자(FI) 오딘2가 매각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두 곳에서 인수 희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두 곳이 어떤 회사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희망업체가 누구냐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는 우선인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인수 희망 업체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을 경우 오딘2의 지분 인수를 중단하고, 나아가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중인 80%의 지분도 매각해 중국시장에서 철수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중국 옌타이 소재 3개 굴착기 생산라인 중 1개 라인을 중단시켰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전체 매출에서 건설기계 사업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74.2%에 달한다. 건설기계 사업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2.5%에서 올해 2분기 7.8%로 점차 축소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도 30년만에 처음으로 건설장비 사업본부의 중대형 굴삭기 생산공장 조업을 5일간 중단했다. 이 본부는 지난해 영업손실 334억원, 순손실 660억원에 이어 올 상반기 253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2011년 중국 산둥성(山東) 타이안(泰安)에 휠로더 공장을 준공하며 중국 시장에 뛰어든 현대중공업은 최근 중국뿐 아니라 유럽과 인도법인 해외계열사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이미 생산량 다운사이징을 할 만큼 해놓은 상태여서 현재 수준을 유지해가는 방향에서 유동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라면서 "가격을 합리적 수준으로 맞추되 기술력을 높여 고급시장을 공략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소형 장비에 힘을 실어야할 시기이지만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서부개발 등 중국이 추진하는 국책 프로젝트를 고려할 때 중국의 대형 굴착기 수요가 여전히 높다"면서 "이 또한 우리에게 놓쳐서는 안될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업계 불황이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인 만큼 내실을 강화하는 한편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원가절감 극대화, 고객 네트워크 구축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면서 "현재 중국 법인은 원가절감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고 중국판 메신저인 웨이신(微信·위챗)과 콜센터 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고객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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