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온유 기자 = 중국 반체제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가 설치 미술을 위해 레고를 대량 주문했지만 레고 측이 판매를 거부했다. 아이웨이웨이가 "레고 측이 중국 정부의 눈치를 봤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의 지지자들도 함께 분노하고 있다.
중국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가 지난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소셜미디어)을 통해 “레고가 내 스튜디오의 요청을 거절했다”며 “검열과 차별의 행동”이라 비난하자 아이 씨를 지지하는 여론이 쇄도하고 있다고 25일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아이웨이웨이는 12월 호주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앤디워홀‧아이웨이웨이 전시회’를 위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레고를 대량 주문했다.
그러나 레고 측에서 작품 주제인 ‘자유 언론’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거절한 것. 이에 아이웨이웨이는 레고로부터 거절당한 사실과 함께 마르셀 뒤샹의 ‘샘(1917)’처럼 ‘R.Mutt 2015’라는 글귀를 적은 변기에 레고를 쏟아 부은 사진을 함께 올려 레고를 풍자했다.
특히 아이웨이웨이는 상하이(上海)의 '레고랜드' 건설 계획을 앞두고 레고 회사가 상업적 이윤을 위해 반체제 예술가의 요구를 거절한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해당 게시물이 빠르게 퍼져나가며 이것을 본 수많은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아이웨이웨이의 작품을 위해 자신의 레고를 기부하겠다고 나섰다. 또 레고 상점을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하는 사진이나 레고 회사가 레고를 ‘정치적’으로 사용한 경우를 찾아내 인터넷상에 공유하기도 했다.
레고 측은 “아이웨이웨이의 주문을 거절했지만, 정치적 이유로 금지하는 정책은 기존에 있던 것이 맞다”고 가디언 측에 이메일로 해명했다.
레고 대변인 로어 루드 트랑백은 “개인이 레고를 사서 무엇을 만들든 상관하지 않지만, 회사 이름을 걸고 정치적 작품을 위해 대량 판매할 수 는 없다”며 “레고 대량 구매나 후원요청을 받을 때 정치적 내용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언제나 요청을 거절해왔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로 꼽히는 아이웨이웨이는 중국 반체제 예술가의 상징이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설계에 참여한 저명한 설치미술가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중국의 인권문제, 사회·문화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중국 정부와 불화를 빚어 감시와 탄압을 받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