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김충호 현대차 사장이 고객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국내 자동차 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 가운데 대표이사급이 직접 참여해 고객들이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는 소통의 자리가 마련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7일 서울 양재동 더 케이 호텔에서 열린 마음드림 행사는 고객들이 평소에 생각하는 현대차에 대해서 논의 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김 사장은 이날 정장차림에 이어 마이크를 찬 채 등장했다. 약간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지만 고객들에게 중간에 되묻기도 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 간담회는 진행됐다. 그는 간담회 후 고객들과 기념사진 촬영은 물론 일일이 악수를 했다. 또 “화이팅”을 외치며 원하는 고객들과 셀프카메라를 찍는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섰다.
참석한 고객들도 대학생, 휴가를 내고 온 직장인, 차를 좋아하는 고등학생 아들을 둔 어머니 등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됐으며 이들에게 현대차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총 1530명에게 3060건의 받은 질문을 토대로 7개의 유형으로 나눠 사회자가 대표 질문거리를 던졌다. 이후에 현장에서 고객들에게 즉석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 사장은 현대차의 고객 소통방식에 대한 생각과 관련해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지 않고서는 성장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 양적으로 팽창해 앞만 보고 달려와 옆을 보지 못했다”며 “일류 메이커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고객과의 소통을 통한 신뢰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일명 ‘안티 현대차’에 대해서도 노사, 품질, 가격적인 측면에서 진솔한 생각을 전했다. 그는 “인터넷상이나 전반적으로 현대차에 대해서 안티 정서가 상당히 많다는 것 알고 있다”며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이나 분규도 노사간의 대화를 풀어가며 최대한 노력하려고 하고 있다”며 “올해는 거의 신문에 파업한다는 이야기를 못 본 것 처럼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사장은 품질과 관련해서 “크고 작은 품질 문제로 고객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온라인으로 동향보고를 실시간으로 받는데 최고경영층에 보고 안하더라도 연구개발 선에서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해를 가장 많이 받은 강판부분도 실제 수출과 내수용 강판이 똑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격부문에서도 불만이 많은데 원가 절감이나 올해 출시된 아반떼, 싼타페 등 동결하려고 노력했다”며 “미국 같은 경우 초기에 우리 자동차가 경쟁력이 열악할 때는 정책적인 가격을 책정해서 운영했지만 현재 업계 평균 이상의 가격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수입차에 대해서도 시원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며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특히 독일차를 추켜세웠으며 당당히 배울 것은 배우고 벤치마킹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벤츠 S500을 한번 타봤다”며 “조금 우리보다 차가 좋더라. 많이 분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김 사장은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듯이 독일차의 전통도 하루아침에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S클래스 밑으로는 현대차가 어떤차량이랑 경쟁해도 이길 자신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김 사장은 현대차의 수입차에 대응할 경쟁력으로 전 지역 1400여개의 서비스 네트워크망과 저렴한 공임비를 들었다. 아울러 고객 접점을 늘려가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수입차의 경우 고객 접점이 부족한데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에 일산 지역 땅 5000평을 구매해서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수입차와 경쟁에서 당당히 한번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10조원대를 투자해 만드는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와 관련해서 “욕을 많이 먹었다”면서도 “경부고속도로처럼 세월이 지나면 잘했다고 평가 받을 수 있도록 고객 체험시설 등 브랜드 가치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마음드림 행사는 고객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기 위해 마련한 경영층 소통 프로그램이다. 현대차는 이날 홈페이지 응모 고객 중 80명을 초청해 남양연구소 투어 프로그램 및 대표이사와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연구소 투어 종료 후 고객들은 현대차 경영진 중 첫 번째 답변자로 나선 김 사장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올해 말까지 연구개발본부장 권문식 부회장, 디자인 담당 피터 슈라이어 사장, 국내영업본부장 곽진 부사장이 동호회, 블로거, 네티즌, 대학생 등 각계각층의 고객들과 현대차의 연구개발 전략부터 비판여론에 대한 입장 및 대책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눌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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