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미군 함정의 중국 인공섬 12해리 해역 진입을 ‘도발’행위로 규정한 중국은 국방, 외교채널을 통해 전방위로 압박에 들어갔다.
중국 국방부와 외교부는 27일 일제히 성명을 통해 미국 군함의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南沙群島) 해역 진입을 남중국해 지역을 군사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협박',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단호하게 반대하며 항의했다.
중국은 베이징과 워싱턴의 외교채널로 미국 측에 공식 항의하고 강력한 불만과 반대 입장도 피력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실제로 외교부는 이날 맥스 보커스 중국 주재 미국 대사를 초치해 엄중한 항의를 제기했다고 중국 관영 중앙(CC)TV는 보도했다.
이에 앞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이날 오전 미국을 향해 "경거망동함으로써 공연히 말썽거리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미군의 ‘도발’에 맞서 남중국해에 대한 '방공(防空)식별구역'(CADIZ)을 선포해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중국군의 대표적 강경파 인사인 뤄위안(羅援) 예비역 소장은 28일 홍콩 봉황TV를 통해 "미국의 도발적 행동은 (미중) 신형대국관계 건설 약속과 남중국해에 대한 약속을 깬 것"이라며 군사시설 건설을 강화하는 한편 법적 측면에서 세 가치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가지 조치란 △남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 난사군도(南沙群島 스프래틀리 제도) 영해기선 선포 △'남해 9단선(南海九段線)의 모호한 법률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남해 9단선'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설정한 가상의 선으로, 남중국해의 80% 이상이 포함된다. 중국은 다만 아직까지는 이를 영해기선으로 공식화한 적은 없다.
중국 관영 언론들도 미국의 도발 행위를 비난하며 필요에 따라 ‘무력 충돌’도 불사할 것이라며 미국에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28일자 사설에서 미국을 향해 "절대 욕심을 부리지 말것을 경고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상황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요한 모든 조치는 결국 무력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사설은 미국의 남중국해에서의 행동이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냉철하게 사고해야 한다며 신형 대국 관계를 건설하는 양국이 상호 협력으로 갈등을 통제해 대처할 것을 당부했다.
다만 미·중 양국간 갈등이 실제 무력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부회장은 27일 환구시보를 통해 미·중 양국이 경솔하게 무력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한 입장 차로 인한 미중 양국 정부간의 힘겨루기는 서로 상대국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지 군사충돌을 감행해 미·중관계를 해치지는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이러한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달 중순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제23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남중국해 분쟁을 둘러싸고 양국이 해결책을 논의할 가능성도 커졌다.
앞서 27일 미국 해군 이지스 구축함인 라센함(DDG 82)이 남중국해 분쟁도서인 스프래틀리 군도의 인공섬 수비 환초(중국명:주비자오·渚碧礁) 12해리(약 22.2㎞) 이내에서 운항했다. 이에 중국은 자국 군함 2척을 보내 바짝 뒤쫓으면서 사실상 '추격전'을 펼치며 양국간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국면이 조성됐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하며 주변 12해리 해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등을 주변국을 위협하는 패권확장 행위로 규정하며 중국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