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 편역국 부국장 겸 베이징대학 정치학 박사인 위커핑(俞可平‧56)이 승진을 앞두고 부국장직을 지난 28일 사임했다고 중국 온라인 매체 펑파이가 29일 전했다. 학문에 더 깊이 전념하겠다는 이유였다. 그는 베이징대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편역국은 언론 노출이 많지 않지만 국가 주요 연구기관 중 하나다.
정년을 4년 앞두고 은퇴하는 위커핑은 “이미 3년, 4년 전에도 사임하려 했지만 부처가 바빠서 어쩔 수 없이 일을 도와야 했던 것 뿐”이라며 “정치학 공부에 책임감을 가지고 매진할 생각”이라고 이후 계획을 밝혔다. 그는 “서양 민주주의를 따라하는 것이 아닌 중국만의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며 “정치 현실이 아닌 정치 이론과 역사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위커핑은 2006년 발행한 ‘민주주의는 좋은 것’의 저자로 중국 공직자로는 드물게 서구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를 다뤘다. 그는 “민주주의의 장점을 폭넓게 담았다”며 “(민주주의는) 평등한 기회를 주는 인간사회 기본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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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책에서 윈스턴 처칠의 “민주주의란 최악이지만 그보다 나은 것도 없다”는 말을 인용해 “인간이 만들어낸 정치제도 중 민주주의가 제일 결함이 적다. 즉 민주주의가 지금까지는 최고의 정치 시스템이다”라고 쓰기도 했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서 이 책은 큰 반향을 일으켜 출판 후 산화망 열람 순위 6위를 기록했다.
그는 지난해 덩샤오핑(鄧小平) 탄생 110주년 축하 자리의 인터뷰에서 문화대혁명을 거침없이 언급하며 “덩샤오핑이 문화대혁명에 반(反)한 것과 개인숭배를 반박한 것을 높이 산다”고 말했다. 덩이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시킨 점도 치하했다.
중국은 2012년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집권 이후 시민사회와 관련된 대학 강의를 금지시키는 등 체제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해왔다. 위커핑은 강의를 폐지한 시민사회 분야를 전공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분위기와 맞지 않는 것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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