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브라더, 옛 사업에서 ‘신 성장 동력’ 찾은 日기업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5-11-01 1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기술이 진보할수록 그 시대의 트렌드도, 시장을 이끄는 주력사업도 빠르게 변화한다.

이에 따라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크고 작은 기업이 문을 닫고, 전국적인 붐이 일 정도로 흥했던 사업이 몇년 사이에 자취를 감춘다. 탄탄대로를 걷는 대기업조차 일찌감치 '미래 먹거리' 찾기에 발벗고 나서는 이유다.

이처럼 주력하던 사업이 시대의 변화로, 또는 기술의 발전으로 사양화 됐을 때 적절하게 대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 몇이나 될까.

필름기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후지필름과 미싱(재봉기기) 제조업체로 유명한 브라더그룹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내리막길로 접어든 자사의 옛 사업에서 부활의 발판을 찾았다.

◆ 후지필름, 필름 속에서 신사업 동력 찾다

과거 후지필름이 생산하던 필름 제품.[사진=후지필름 제공]


후지필름은 옛 사업인 필름기술에서 신사업의 힌트를 발견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기업이다.

지난 1938년 영화용 필름을 생산하며 등장한 후지필름은 당시 미국 필름회사인 코닥과 함께 전 세계 필름 시장을 독점할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필름 카메라가 사라지고 디지털 카메라 시대로 바뀌는 2000년대, 후지필름은 위기를 마주해야 했다. 더 이상 인화할 필요가 없는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될수록 필름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함께 필름시장을 독점하던 대기업 코닥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본 후지필름은 2004년 과감한 사업개편을 단행했다.

위기속에서도 후지필름은 버릴 것은 버리면서도 지킬 것은 지켰다. 사양화돼가는 필름사업을 대폭 축소시켰지만, 필름 기술만은 버리지 않은 것이다.

후지필름은 LCD TV에 들어가는 색상조절 필름인 ‘TAC(tri-acetyl-cellulose)’가 카메라 필름구조와 비슷한 것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의 힌트를 얻었다. 이후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기술을 확보했고, 현재 TAC 필름 시장의 약 70% 비중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필름의 원재료인 ‘콜라겐’과 사진 색이 바라지 않도록 하는 ‘항산화 기술’이 피부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 이후 화장품 시장 진출도 무난히 성공했다.

◆ ‘미싱 명가’ 브라더그룹, 프린터 사업으로 재도약
 

과거 브라더그룹이 제조하건 재봉 기기[사진=브라더 제공]


과거 재봉기기 제조업체로 높은 인지도를 얻었던 브라더 그룹 역시 빠른 판단과 과감한 업종 변경으로, 시대변화속에서 살아남은 대표적 기업이다.

지난 1908년 재봉기기 수리분야로 사업을 일군 뒤 일본 최대 재봉기기 업체로 승승장구하던 브라더그룹도 1970년대에 위기를 맞았다. 재봉기술 발달과 저가 세탁서비스업의 발달로 재봉기기에 대한 수요가 급감한 것이다.

그러나 브라더그룹의 상황판단은 빨랐다. 도트 프린터를 선보이며 당시 생소했던 프린터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가느다란 바늘 모양의 핀과 잉크리본으로 점을 찍어 글자를 인쇄하는 방식의 ‘도트 프린트 기술’이 브라더그룹이 보유한 재봉바늘 관련 기술과 맞닿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프린터 사업을 주력분야로 삼은 브라더그룹은 소형사무실을 갖춘 벤처 기업(SOHO, Small Office Home Office)’이 급증하는 것을 겨냥, 팩스·프린터·스캐너 기능을 한대로 통합시킨 올인원(All-in-One) 복합기를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며 인쇄 비즈니스를 빠르게 확장시켜 나갔다.

그 결과 현재 브라더그룹의 전체 사업 중 프린팅 솔루션 비중은 지난 2014년 기준 전세계 순 매출액(6조7000억원) 중 3분의 1 수준에 달하는 67.1%다. 재봉틀기기 사업비중은 채 7% 도 되지 않았다.

브라더그룹이 더이상 재봉틀기기 제조기업이 아닌 명실상부한 프린터 복합기 제조기업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