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동일건설이 부산 동래구에서 분양한 '동일 스위트' 아파트의 경우 일반분양 577가구 모집에 2만7000여명이 몰려 평균 62대 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으나 173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일부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면서다.
앞서 포스코A&C가 지난 4월 경남 거제시 덕포동에 공급한 '거제 옥포 도뮤토' 1·2단지도 당시 최고 8대 1의 경쟁률로 청약 마감됐으나 실제 계약률은 절반에 못 미치고 있다.
청약성적이 안좋아 분양 자체를 취소한 경우도 있다. 협성건설은 지난 8월 거제시 아주동 '협성 휴포레' 아파트 601가구에 대한 청약을 실시했으나 계약률이 10%에도 못미치자 분양 자체를 없던 일로 했다. 이 때문에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무는 등 진통을 겪었다.
거제시가 속한 경남의 경우도 21013년 1만3396가구였던 분양 물량이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3만3968가구, 3만4856가구로 2년 연속 3만가구 이상이 분양됐다.
지역별로 상황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건설사들의 밀어내기식 분양은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전국 분양 물량은 2013년 28만3513가구에서 2014년 33만854가구로 30만 가구를 넘어선 뒤 올해는 50만가구를 웃돌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부동산114가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 물량으로 예년 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이에 따라 전국 미분양 가구도 다시 증가추세다. 지난 1월 3만6985가구에 달했던 전국 미분양 가구수는 3월 2만8897가구로 2만가구 대로 떨어진 뒤 5월엔 2만8093가구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6월에는 다시 3만4068가구로 3만가구대로 다시 올라선 뒤 계속 3만가구 선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부동산 경기가 극심하게 침체됐던 2012년 7만가구 선에 비하면 아직은 절반 수준이지만 미분양 가구수가 다시 증가세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은 현재 분양시장이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전국이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절대적으로 공급량이 많았던 지방 일부 지역의 경우 심각한 공급과잉의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재 주택시장 상황이 건설사들의 밀어내기식 분양이 극에 달했던 2000년대 중후반 상황과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2~3년 뒤 입주시점에서 부동산 시장의 극심한 침체가 오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건설사들의 밀어내기가 한창이던 2007년 분양물량은 총 29만402가구에 달했다. 주택시장이 활황세였던 2006년(24만2633가구)보다도 5만가구 가가이 많은 수치다. 2009년 미분양 물량은 총 16만가구로 정점을 찎었다. 이후 주택시장 침체로 2009년 당시 1765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2013년에는 1610만원까지 떨어졌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올해까지는 공급물량을 시장이 흡수할 수 있을 정도지만 만약 내년까지 이같은 물량이 이어지면 공급과잉 문제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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