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후술할 새마을운동과 정부3.0은 인격체도 아니고, 어떤 목적을 위해 조직적으로 활동함을 뜻하는 ‘운동’과 정부 운영의 이론적 틀이나 체계를 가리키는 ‘패러다임’은 그 성격조차 이질적이기에, 단순비교가 어려움은 물론 평행이론이란 개념으로 다루기에는 다소간의 논리적 비약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양자를 평행이론으로 아우르고자 하는 것은 두 개념이 가진 통시적 공통점이 양자의 내용·성격상 이질성을 덮고도 남음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3.0은 공공정보의 개방·공유 및 부처 간 소통·협력을 통해 국정과제에 대한 추진동력을 확보하고 국민 맞춤형 서비스 제공하며 일자리 창출하고 창조 경제를 지원하는 새로운 정부 운영 패러다임이다. 2012년 구상된 정부3.0은 현 정부의 정책기조로 기능하면서 정부의 투명성·신뢰성 제고, 민원서비스의 질 향상, 신 성장 동력 확보, 민관 협업능력 배양 등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렇듯 새마을운동과 정부 3.0은 그 시대나 내용 등 명목적 측면에서는 별개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자는 1970년과 2010년을 전후하는 시대의 요구에 의해 탄생한 점에서 일단의 접합점을 찾을 수 있다.
경제원조의 격감, 경공업 경제의 성장 한계 봉착, 도농격차의 심화 등이 대두된 1970년 즈음의 시대는 변혁을 요했다.
이에 농촌의 현대화를 통해 국가 전반의 도약을 꾀한 것은 당시의 시대적 요구에 대한 응답이었다. 이러한 점은 정부3.0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환경문제 등 복잡다기한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정부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수요가 다양화되며, 정보화로 국민의 정책참여 및 투명성 요구가 증대되는 상황에서 투명성·유능성·서비스를 강조하는 정부운영 방식으로의 전환은 시대의 요구에서 촉발된 변화이다.
양자의 또 다른 접합점은 정부와 국민이 합심하여 혼연일체가 되는 양상이 진행과정에서 나타나야 한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새마을운동은 관 주도로만 행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새마을 운동이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낸 것은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1980년 새마을운동중앙본부가 설치된 이후에는 민 주도의 국민운동으로 변화한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편 정부 3.0의 경우에도 그 기저가 New Governance의 민관 협치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정부와 국민은 새로운 정부운영 패러다임의 공동 주체로서, 정부3.0의 상호 불가결적 요소이다.
마지막으로 새마을운동과 정부3.0은 각 시대에 촉발된 위협요인을 제거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실질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제인 점에서도 평행선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마을운동의 파급효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이다. 농촌을 현대화하여 이를 국가 전체로 파급시킴으로써 한강의 기적이라는 유례없는 성과의 밑거름이 되었다.
한편 정부3.0 또한 정책화된 지 3년 만에 대한민국을 OECD 정보공개 1위국으로 만들었고,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 운영·빅데이터 활용 가축전염병 확산 대응·창업단계별 맞춤형 지원프로그램 도입 등 기존의 편면적 정부운영 패러다임 하에서는 해결이 불가했던 복합적 난제들을 (부분) 해결한 사례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결국 양자는 개혁이라는 구호가 정략적 수사(修辭)에 그친 여타의 유사(類似) 개혁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종합하자면 새마을운동과 정부3.0은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배경, 실행 매커니즘, 파급효과의 측면에서 40여 년의 시차를 두고 나란히 걷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파급효과의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장기 정책이었던 새마을운동의 경제적 효과가 한 세대에 걸쳐 발생했음을 생각하면 정부3.0에 의한 신 성장 동력 창출 또한 장기적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고용·환경·자원 등의 문제는 단시일에 발본색원할 수는 없기에, 민관의 지속적 소통·협력·개방·공유에 입각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3.0은 민관이 합심하여 현실화해야 하는 정부운영의 패러다임이므로 정부3.0에 대한 국민의 능동적 인식과 주체적 동참이 필요하다.
당장 수치상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기 보다는,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스스로 창출한다는 관점에서 정부3.0의 한 축인 정부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즉 현재진행형인 정부 3.0이 유례없는 성과를 낸 새마을운동과 완벽히 평행된 길을 걷게 하고자 한다면, 우리 스스로가 정부와 함께 정부3.0의 패러다임을 구체화하는 주체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