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분양시장 회복세를 타고 건설사들이 분양물량을 쏟아내면서 분양가 상승세도 가속화하고 있다. 연초 분양가상한제 폐지 후 주택품질 고급화란 명분하에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지만 상승세를 감안할 때 '물들어왔을 때 노 젓자'란 한탕주의가 기반에 깔려 있지 않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이 부동산 대세하락장이 진행될 경우 가수요 거품이 급속도로 꺼지면서 입주자 피해와 함께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의 구조조정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관련기사 3면>
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3.3㎡당 1025만원으로 연초(928만원)와 비교해 97만원 올랐다.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산다고 가정했을 경우 연초와 비교하면 3200만원 가량 더 줘야 하는 셈이다.
서울시내 아파트도 같은 기간 1723만원에서 2456만원으로 일년도 채 안돼 30% 가량 급등했다. 청약광풍이 불었던 부산과 대구 역시 921만원, 848만원에서 각각 2166만원, 1145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분양가가 크게 오르면서 한동안 줄던 미분양 물량도 지역별로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 9월말 기준 '민간부문 미분양 현황'을 살펴보면 현대건설이 지난 5월 분양을 진행한 경기도 광주 '힐스테이트 태전'은 총 6개 블록 3146가구 중 605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김포에선 5월말 운양지구에서 KCC건설이 공급한 1296가구 규모의 '한강신도시2차 KCC스위첸'은 169가구가 미분양된 상태다. 이 단지는 분양 때부터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일신건영이 지난 8월 화성시에 공급한 '송산그린시티 휴먼빌'은 750가구 중 240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고, 7월 대우건설과 신영이 용인에 분양했던 역북 지웰 푸르지오도 1259가구 중 315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5월에 효성이 분양을 진행한 용인서천 효성해링턴 또한 458가구 모집에 123가구가 미분양이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 물량도 여전히 건설사 발목을 잡고 있다. 건설사들의 분기보고서를 보면 현대산업개발의 준공후 미분양 액수는 올해 상반기말 기준 2196억6700만원으로 건설사중 가장 많다. 현대산업개발은 전체 매출액 중 국내주택 사업비중이 절반을 넘어설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현대건설 979억5200만원, 롯데건설 382억2800만원, 대우건설 243억1900만원, GS건설 198억1100만원 등의 순이다.
미분양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앞으로 나올 신규물량은 줄줄이 대기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54만140가구로 연말에는 70만 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토연구원이 2013년 장기주택종합계획에서 추산한 연평균 주택 수요가 39만가구인 것을 감안하면 9월 기준으로도 이미 15만가구 이상 수요를 초과한 셈이다.
문제는 금리인상, 대출규제 강화 등 외부 변수로 인해 매수 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될 경우 큰 장을 펼치고 있는 건설사가 빠져나갈 퇴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시장 침체로 2009년 주택사업 비중이 높았던 건설사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됐던 선례를 볼 때 이같은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지적이다. 당시 경남기업·풍림산업·우림건설·월드건설·동문건설·이수건설 등 11개 건설사가 1차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는데, 현재 동문건설을 제외하면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 없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 입장에선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는게 이상적이지만 부동산이 흐름이 있기 때문에 현재 주택시장으로만 몰리는 것"이라며 "내년에도 올해와 같이 대규모 공급이 이뤄진다면 주택시장 리스크는 굉장히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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