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현대차가 4일 발표한 브랜드 ‘제네시스’는 기존 럭셔리 브랜드가 선점한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현재 전세계 럭셔리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전통의 독일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으며, 북미에서는 캐딜락, 링컨 등 미국 브랜드가 명맥을 잇고 있다. 여기에 1990년대 등장한 렉서스, 인피니티, 어큐라 등 신흥 럭셔리 브랜드가 도전하는 모양새다.
◆도요타, 1989년 ‘렉서스’ 론칭…빠른 시간에 美 시장 안착
이번에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론칭한 것은 도요타가 렉서스를 만든 것과 많은 점에서 비교된다.
렉서스는 1989년 도요타가 탄생시킨 브랜드다. 도요타는 미국시장 진출 후 럭셔리 브랜드의 필요성을 느끼고, 1983년부터 연구에 들어가 6년만에 ‘렉서스’ 브랜드를 론칭했다.
최초 출시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BMW 7시리즈의 대항마인 LS와 중형세단 ES 등 2종류였다. LS는 뛰어난 정숙성을 앞세워 미국에서 큰 인기를 모았고, 일본에서는 도요타 셀시오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2005년에 렉서스가 일본에서 시판된 이후, 도요타 셀시오가 없어지고 일본에서도 렉서스 LS로 판매된다.
ES는 당시 캠리의 엠블럼을 바꾼 모델이다. 이후 ES는 2세대부터 캠리의 상위차종으로 개발된 도요타 윈덤과 사양을 공유하며 4세대까지 이어졌고, 5세대 ES부터는 왼쪽 운전석 전용으로 개발됐다.
렉서스는 초창기 2개 모델 발표 이후에 93년 GS, 96년 LX, 98년 RX와 IS를 추가하는 등 차종을 속속 늘려나갔다. 렉서스의 빠른 모델 확장은 도요타의 다양한 차종과 플랫폼을 공유한 덕분이다. 그러나 도요타의 배치만 바꾼 모델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렉서스만의 독자적인 모델을 늘리고 있다.
현대차가 론칭한 제네시스는 렉서스처럼 2개의 모델로 시작하지만 모양새는 약간 다르다. 일단 새로운 이름이 아닌 기존에 판매되던 ‘제네시스’라는 차명에서 시작하고, E(준대형)와 F(대형) 세그먼트에서 시작하는 것도 차이점이다.
현대차는 오는 2017년 하반기에 D 세그먼트(중형) 세단 ‘G70’을 출시할 예정이며, 2020년까지 대형 SUV와 중형 SUV, 스포츠 쿠페를 추가할 계획이다. 현재 2세대 제네시스(G80) 아래에 자리할 G70은 기존에 없던 차종으로, BMW 3시리즈·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 렉서스 IS와 경쟁하게 된다.
대형 SUV는 베라크루즈 단종 이후 끊어진 명맥을 잇는 모델로, 미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을 겨냥했다. 중형 SUV의 경우는 현대 싼타페의 후속 차종이 등장하는 2017년 또는 2018년에 선보일 전망이다. 이 차종이 나오면 싼타페는 단종될 가능성이 있다.
라인업에 추가될 스포츠 쿠페는 제네시스 쿠페보다 한급 위의 시장을 노린다. 현대차 측은 “제네시스 쿠페의 경우 당장 이름을 바꾸진 않지만, 향후 브랜드 비전의 일관성을 위해 제네시스 라인업에 넣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기존 제네시스 쿠페보다 더 고급스러운 고성능 모델로 포지셔닝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AS 차별화도 관건
도요타는 차종이 많아 초창기 렉서스와 플랫폼 공유가 비교적 수월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후륜구동 기반의 고급차’로 정의했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2개 차종 외에는 모든 차종을 새로 개발해야 한다.
또 렉서스는 처음부터 독립 사업부였으나, 제네시스는 당분간 현대차 아래에서 판매와 서비스 채널을 공유한다. 고급차를 사는 이들이 구매부터 수리까지 남들과 다른 혜택을 원하는 만큼 현대차가 이 부분에서 어떤 차별화를 보여줄지도 관심사다.
도요타는 26년전 렉서스 LS400으로 두각을 나타냈고, 렉서스는 미국 고급차시장 톱3에 안착했다. 반면 혼다의 어큐라는 렉서스만큼의 성공은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에서도 렉서스는 2001년 진출 이후 높은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는 반면, 어큐라는 아직까지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혼다코리아 정우영 대표의 설명이다. 12월에 ‘EQ900’을 선보일 제네시스 브랜드가 렉서스의 뒤를 이을지, 어큐라의 뒤를 이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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