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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할랄푸드 트위터 캡처 ]](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15/11/11/20151111112825853066.jpg)
[사진=할랄푸드 트위터 캡처 ]
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프랑스에서 ‘세속주의’가 타자를 배척하는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 프랑스 우파 정치인들이 무슬림이 할랄 식품을 고집하는 것은 국가와 종교를 분리하는 프랑스 전통에 어긋난다며 무슬림 공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오는 14일부터 10년만에 유럽 순방에 나선다. 이번 로하니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에서 주목 받는 것은 식단이다. 오는 17일로 예정돼 있던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간 만찬이 이란 정부가 무슬림 식단을 고수하는 바람에 취소됐다고 프랑스 라디오 방송 RTL은 전했다.
이란은 최고 성직자가 최고 지도자가 되는 신정 공화국체제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돼지 고기와 술을 거부한다. 그러나 프랑스는 국가와 종교를 엄격하게 분리하는 세속주의를 추구한다. 각 개인의 종교를 존중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에서 세속주의가 무슬림을 배척하는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프랑스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우파 정치인들이 무슬림의 식문화가 세속주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우파 정치인들은 케밥(중동 및 중앙아시아 음식)이 프랑스의 국가 정체성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베지에 시의 시장 로베르 메나르는 “프랑스는 유대-기독교 정통성을 지닌 국가로 케밥은 우리 문화가 아니다”며 케밥 가게를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식문화 논쟁은 학교 급식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무슬림 학생을 위한 급식 메뉴를 프랑스 학교들이 잇달아 폐지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무슬림 학생에게 제공한 돼지고기 대체 메뉴를 없앤 실리마자랭의 시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공공부문의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상식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세속주의를 강조하는 우파가 오히려 세속주의의 본뜻을 퇴색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속주의가 프랑스적이지 않은 것을 배척하는 도구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파리 고등연구원의 발렌타인 주베르는 “이제 프랑스의 세속주의는 무조건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음료를 마시는 것을 의미한다"며 ”세속주의가 타자를 배척시키는 데 악용되고 있다“고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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