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서울의 11개 외국계 유아대상 영어학원을 조사한 결과 학원법을 편법 이용해 외국계 교육기관(유치원, 초등학교 등)이나 기업이 국내에 지사 형식으로 진출하거나 국내 어학원이 외국계 교육기관 등과 교육과정 이용 협약을 맺어 사업을 진행하고 외국 교육청의 학력 인가 프로그램을 들여와 운영하는 등 그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단체는 외국계 교육기관의 교육과정 운영 등이 외국인 학교 등 현재 국제학교 관련 법률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이런 규정을 피해 외국 교육 기관이 학원의 형태로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국내 사업을 하는 통로로 학원법이 악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외국계 유아 대상 영어학원들은 학원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국제학교, 스쿨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가운데 학원비 과다 징수, 영어 외 타 교과 교습 등 어학원 관련 학원법 규정도 어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정과 더불어 외국의 교재·교과서를 그대로 들여와 수업을 한다고 홍보하는 곳도 있었고 유아를 대상으로 한 강좌에서 ‘뉴질랜드 초등학교 1~2학년 정규과정’까지 운영하기도 했다.
단체는 외국 교육과정이 해당 국가에서는 공인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아무런 법적 제한을 받지 않고 학원법의 틀을 의지해서 외국 초등학교의 공식 교육과정을 한국에 들여온다는 것 자체가 문제로 이런 어학원의 교육과정이 외국인 학교 및 국제학교의 교육과정과 다를 바 없어 현재 외국인 학교의 관련 법규를 적용받는 것이 마땅한데도 그보다 법적 요건이 한결 완화된 학원법을 통해 외국 교육기관의 교육 프로그램을 국내에 도입해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영유아의 발달과 정서, 자아 정체성 확립에 비춰 외국교육과정의 적합성에 대한 사회적 검증과 합의도 없는 상태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단체는 외국계 유아대상 영어학원에서는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관점을 무시한 채, 학년을 뛰어넘은 외국교육과정을 도입하고, 다른 언어와 교재·교과서로 유아교육 생태계를 어지럽히면서 ‘어학원’이라는 이유로 외국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어떤 규제나 조치도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조사 대상인 11개 학원은 모두 홈페이지, 블로그, 카페, 건물외관 등에 등록 명칭이 아닌, 학원의 고유 명칭만을 표기해 학부모들의 혼란을 일으키고 있고 미국·캐나다의 유치원 과정을 그대로 운영한다는 명목으로 외국어(영어) 외의 다른 교습과목을 버젓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운영 중인 교습과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학원 대부분은 수학, 과학, 사회, 예체능 수업을 진행 중으로 외국어 외의 과목을 운영하는 것은 분명하게 학원법 위반 행위로 행정처분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아의 전인적 발달을 위해 외국어가 아닌 과목까지 운영한다는 홍보을 하면서 유아교육적 관점을 고려하지 않는 문제도 나타났다.
유아 대상의 수학교육에서 ‘숫자, 수, 연산, 기하학, 측정, 대수학, 십진법, 분수, 백분율 및 데이터 분석’ 등으로 과정을 나눠 분절적 수업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 유아교육의 특징인 통합교육과도 거리가 멀어 유아에게 과도한 학습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었다.
외국계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과도한 교습비도 문제로 학원·교습소 정보공시를 통해 공개된 월 평균 교습비는 130만원이었으며 전국 평균 75만1071원보다 1.7배인 약 55만원, 서울 지역 평균 101만5796만원 보다도 1.3배인 약 28만원이 비쌌다.
단체는 교육당국이 학원 실사를 통해 공시한 교습시간 가운데 어학과 관련된 교습행위가 얼마나 포함이 돼 있는지, 적합한 교습비용은 얼마인지를 산출해 비합리적인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고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등이 이같은 실태를 확인하고 바로잡아야하며 선행교육 규제법 취지에 맞지 않는 영유아 단계에의 영어교육 금지를 담은 선행교육 규제법 개정을 서두르고 이러한 편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학원법 등 관련 법규의 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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