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인터뷰]권세창 한미약품 연구소장 "랩스커버리 기술은 시대를 잘 타고난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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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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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권세창 한미약품 연구소장]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패션업계 성공의 법칙 중에는 T·P·O(Time, Place, Occasion)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멋진 옷도 시간과 장소, 상황에 맞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이는 성공 기업의 조건이기도 하다. 시대가 알아주지 않은 혁신은 '혁신'이 아니라는 의미다.

권세창 한미약품 연구센터 소장(사진)의 말에는 힘이 실려있었다.

그는 "아무리 혁신적인 약이라도 적절한 때와 상황에 맞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며 "우리가 만든 신약도 타이밍이 좋았을 뿐"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한미약품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와 얀센에 랩스커버리 기술을 기반으로 7조5000억원대의 기술수출을 달성했다.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 수주 실적이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약효를 최장 한 달까지 연장시키는 한미약품의 기술이다.

권 소장은 성공비결에 대해 "세계적인 기업들도 모든 분야를 다 잘할 수 없다"며 "후발업체로서 어떤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R&D에서도 경쟁사들과 어떤 차별화를 둘 것인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의약품 트렌드가 매일 투여하는 것에서 일주일, 다시 한 달로 바뀌는 것에 집중했고, 특히 당뇨병이라는 시장성이 큰 분야에 도전해 집중적으로 파고든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며 "랩스커버리 기술을 개발하는데 만 12년이 걸렸는데, 포기하지 않고 힘이 되는 투자를 끝까지 지원한 경영자들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1996년 한미약품에 입사한 권 소장은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과 20년 이상 호흡을 맞춰왔다. 성공의 주역이 된 랩스커버리 기술은 이 사장이 연구소장으로 근무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관건은 약물의 지속 시간을 늘리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권 소장을 비롯해 30여명의 연구진이 12년 동안 매달렸다. 신약개발에 사용된 R&D비용도 매년 상승해 매출액 대비 20%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만 1500억원이 넘는 돈을 R&D쏟아부웠다. 

한미약품은 현재 랩스커버리 기술을 접목해 당뇨, 성장호르몬, 호중구감소증 등 6건의 바이오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6건 가운데 5건은 이미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이번에 사노피 아벤더스에 39억유로(한화 약 4조9000억원)을 받고 수출한 '퀀텀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기술은 당뇨병 신약의 투약횟수와 투여량을 줄여 저혈당쇼크,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 발생을 낮췄다. 신약이 완성된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획기적인 치료제인 셈이다.

권 소장은 "한미약품 연구소의 최대 무기는 백여명의 연구원들이 바이오신약과 합성신약, 항암신약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라며 "거침없는 아이디어 제시와 피드백, 연구소장-사장-회장으로 이어지는 보고체계로 의사결정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사진=한미약품 기술개발(R&D)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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