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1월 25일은 아산(峨山)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한국 기업가 정신의 최정점에 있는 그가 현역에서 활동했던 시기는 한국경제가 고도의 성장을 거듭했다. 축복된 자리이지만 2015년 한국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기업가 정신마저도 쇠퇴해 버렸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만약 아산이 살아 있다면, 지금의 현실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상 인터뷰로 정리했다.
- 세계를 놀라게 한 많은 발상은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
그런데 억지로 머리를 쥐어짜낸다고 좋은 생각이 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한 가지 생각이 다른 의문을 낳고, 그 의문이 또 다른 생각을 낳는 경우가 더 많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생각이 확장되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이다.
제 주특기를 꼽자면 밥풀 한 알만한 생각이 내 마음속에 씨앗으로 자리 잡으면 거기서부터 출발해 끊임없이 그 생각을 키워 커다란 일거리로 확대시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씨앗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를 품고 키워나가는 일도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머릿속에 아이디어의 밭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머릿속 아이디어의 씨앗은 저절로 크는 것은 아니다. 씨앗을 그냥 둔다고 싹이 나고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듯 아이디어의 씨앗도 땅에 심고 물을 주어야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법이다. 그래서 자주자주 생각하고, 또 많이 보고 듣는 자세도 필요하다. 해외 진출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던 1960년대에 이미 내 머릿속에는 조선소에 대한 씨앗이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의 조선소를 시찰하면서 이 생각은 좀 더 구체적으로 키워졌다.
아이디어의 씨앗을 땅에 심어서 싹이 들도록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동기’입니다. 왜 그 아이디어를 실현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해답이 필요하다. 조선사업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사유가 충분히 있었다.
첫째로 당시 해외 건설사업은 노하우 습득에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이윤이라는 면에서 봤을 때에는 그다지 재미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따라서 국내에서 뭔가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필요성이 있었다. 둘째로 조선사업은 일자리 창출과 관련 산업 발전에 큰 구실을 할 수 있다. 셋째로 외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우리나라에서 조선은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여 나라의 경제를 살찌울 수 있는 산업이다. 이렇게 동기가 분명하면 난관에 부닥쳤을 때 포기하지 않게 된다. 꼭 돌파하겠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머리에서는 왕성하게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솟아난다.
조선소도 없이 대형 유조선 두 척을 수주 받았을 때, 모두들 조선소 건설만 3년이 걸릴 것이니 계약 기간을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드시 조선사업을 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으로 꽉 찬 머릿속에서는 ‘왜 다 지어진 조선소에서만 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의문의 씨앗이 잉태되었다. 그것이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를 병행한다는 아이디어로 발전했다. 조선소 도크를 파는 동안은 도크 없이도 만들 수 있는 부분을 만들고, 도크가 완성되면 도크 안으로 운반해서 조립을 하는 방식으로 완성시킨 것이다.
마땅한 동기가 없는 상황에서 억지로 아이디어를 짜내려고 하면 당연히 잘 되지 않는다. 꼭 하고 싶은 일, 꼭 해야만 하는 동기가 충만한 일을 생각한다면 누구든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닥치는 난관은 우리에게 좌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새로운 아이디어의 씨앗이 싹트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출처: 현대경제연구원(2011), ‘정주영 경영을 말하다’, 웅진씽크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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