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중 FTA를 통해 양국이 20년 내에 관세철폐를 하기로 한 범위는 품목 수 기준으로는 중국이 91%, 한국이 92%다. 수입액 기준으로는 중국이 85%, 한국이 91%이다.
특히 민감분야인 농수산물 개방 수준은 품목 수 기준 70%, 수입액 기준 40%로, 역대 FTA 최저 규모다. 전체 농산물(1611개) 가운데 63.4%(1022개)를 초민감품목 또는 민감품목으로 지정해 낮은 수준의 개방으로 유도했고, 초민감품목 581개 중 548개(94.3%)는 양허에서 제외한 것이다.
정부는 한중 FTA에 따른 자유화(관세 철폐)가 모두 이뤄질 경우 관세 절감액은 연간 54억4000만달러(약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이는 한미 FTA(연간 9억3000만달러)의 5.8배, 한-EU FTA(13억8000만달러)의 3.9배 수준이다.
또 한중 FTA 발효 시 예상되는 1년 차 수출증가액은 13억5000만달러(약 1조5400억원)다. 한중 FTA가 올해 안에 발효되지 않아 관세 혜택이 줄어들 경우 매일 약 40억원의 손실을 보는 구조다.
이와 반대로 한중 FTA에 따른 관세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조사한 '한중 FTA 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중 FTA 체결에 의해 관세수입은 발효 5년까지 연평균 약 1조293억원, 6~10년차에는 연평균 약 1조8152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동안 연평균 1조 4223억원, 하루 평균 50억원씩 관세수입 감소효과가 예상되는 셈이다.
또 한중 FTA의 경우 자동차는 양허 대상(개방)에서 제외됐고, 대중 수출 1위 품목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도 발효 후 8년간 현행 5% 관세가 유지된다. 비록 자동차와 LCD는 대기업들이 현지 수요 조달에 충분한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기 체결된 한미 FTA 등으로 내수시장 잠식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인 피해 업종인 농수산업에 있어서도 한중 FTA에 따른 피해액이 26조원에 달하지만, 이를 보전할 피해보전직불제 보상액은 578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무역이득공유제 시행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다.
한중 FTA 발효시 국내 중소기업 대다수의 경제적 피해와 중소기업 간 양극화만 불러일으킨다는 지적도 높다. 중기청에 따르면 금속가공제품 제조업은 2030년까지 총 1조7635억원의 감소가 예상되는 등 17개 업종의 생산액 감소가 클 전망이다.
이 밖에 한국 기업 다수가 중국에 진출해 있다는 점에서 별다른 관세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중국은 가공무역 용도 수입품 중 일부를 관세로 환급해 준다는 점에서 체감 관세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13억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거대 시장인 중국과의 FTA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는 선점효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만, 한중 FTA 개방 이후에 따른 비관세장벽 등 무역장벽에 대한 면밀한 정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한 민간 경제전문가는 "한중 FTA는 세계 교역을 늘리고, 우리나라 수출 부흥의 하나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속한 발표가 필요하다"면서도 "장기적인 국익 관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중국 시장 개방에 따른 치열한 전략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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