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살리기에 직접 나섰다.
삼성그룹은 7일 삼성엔지니어링이 발표한 유상증가 과정에서 향후 기존 주주들의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 부회장이 3000억원 규모의 일반 공모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측은 “이재용 부회장은 기존 주주들의 미청약분에 대해 일반 투자자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일반 공모에 참여할 계획”이라며 “투자 차익이나 지분 확보 목적이 아니라 회사가 겪게될 어려움과 기존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삼성엔지니어링의 자본 잠식 상태를 해소하고 상장 폐지를 방지하기 위한 긴급조치다. 그러나 1억5600만주의 큰 증자 규모로 인해 기존 주주들의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조20000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결의했다. 유상증자를 위한 신주발행 주식수는 1억5600만주, 예정발행가는 발행가 산정 기준과 할인율 15%를 적용해 7700원으로 결정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는 4000만주로, 유상증자비율은 390%에 달한다. 기존 발행 주식의 3배 규모의 물량을 신주로 발행한다는 뜻이다. 주주들에게는 기존 주식 1주 당 신주 3.37주가 배정됐다.
현재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구조는 70% 이상이 일반 주주로 구성됐다. 이 때문에 삼성SDI(13%), 삼성물산(7.8%) 등 22%의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모두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해도 8000억~9000억원 규모의 물량은 일반 주주들로부터 조달해야 한다.
이 같이 어려운 상황에 이 부회장의 ‘긴급 수혈’이 분위기 쇄신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3000억원 규모의 일반 공모 참여를 결정하면서 일반 주주로부터 조달해야하는 금액이 500억원~6000억원으로 급감하기 때문이다.
또 삼성엔지니어링이 이날 유상증자 발표와 함께 내놓은 상일동 사옥매각과 무급순환휴직제,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플랜트 1조원 수주소식 등도 분위기 반전을 도모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회사의 노력과 비전을 설명하고, 임원 급여 반납 등의 고통분담 등도 강조했다.
또 삼성계열사들도 그룹 차원에서 삼성 엔지니어링 살리기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계열사 중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 주주인 삼성 SDI는 지난 10월말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의 1대 주주인만큼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주주가치를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말해 증자 참여 가능성을 시사했다.
삼성물산 역시 최근 회사채 발행 시 증권신고서에 “삼성엔지니어링이 진행할 유상증자 배정주식에 대해 현재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3분기 1조5127억 원의 적자를 내면서 자본총계가 1조334억에서 마이너스 3746억원으로 감소해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만일 삼성엔지니어링이 2015년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인 내년 3월까지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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