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원자재 가격의 '날개없는 추락'이 통제불능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발 수요 감소로 촉발된 원자재 가격하락은 최근 미국 금리인상으로 더 큰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하는 만큼, 원자재 가격 하락은 운송비나 원가절감에 따른 기업의 채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현재 원자재 가격하락의 배경을 따져보면 셈법은 달라진다. 경제성장 둔화속에서 원자재 가격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제품 단가가 줄고, 주요 원자재 수출국의 경제 여력이 감소한다. 결국 이들 국가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에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원유‧철광석 가격의 '제동없는' 추락 언제까지
원자재 가격 하락세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유가 지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22센트(0.6%) 내린 배럴 당 34.7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9년 2월 18일 이후 최저치다.
또 전날 11년만에 최저 가격으로 떨어진 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이날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34센트(0.9%) 떨어진 배럴당 36.72달러를 기록, 37달러선도 붕괴됐다.
WTI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3분기에만 25%나 하락했다. 국제유가는 세계 2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감소와 미국 금리인상, 이란의 원유수출 재개, 미국의 원유 금수조치 해제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철광석 가격 하락이다. 철광석 시장의 가장 큰 손이던 중국이 경기둔화로 철광석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일 t당 가격이 38.30달러를 기록해 2009년 5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노트를 통해 공급과잉 현상 심화로 원유가격이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으며, 내년 4분기가 돼야 미국을 중심으로 원유 생산량이 줄며 가격하락 현상이 멈출 것으로 전망했다.
철광석 가격의 경우 내년에 t당 38달러 선으로 떨어지고, 2017년과 2018년에는 가격이 35달러선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기존 가격 전망치보다 13~14% 낮은 수치다.
◆ 원자재 가격 하락 장기화...한국 수출 악영향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중동·러시아·중남미 등 주요 원자재 수출국의 경제위기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이들 국가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상은 대외 지급불능 위험이 있는 취약 신흥국가의 경기불안 확대를 야기해 결국 한국 기업의 대(對) 신흥국 수출 부진을 야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경기불황으로 수요감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 제품가격 및 수출단가도 하락하며 석유화학, 조선, 철강 등 일부 업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철광석 가격의 지속적 하락은 철강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철강사에 매출 압박, 금융권 자금융통 압박, 설비투자 위축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는 수요부진과 추가 가격인하 압력의 이중고에 맞닥뜨린 상태다. 여기에 철광석 가격하락에 따른 중국산 저가 철강의 해외시장 유입 확대도 우리나라 철강사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철광석 가격이 떨어지면 자동차, 가전, 조선업체의 가격인하 요구도 늘어난다. 국내 철강사들은 자동차업체들과 4분기 차강판 가격협상을 진행 중이나, 아직도 체결되지 못했다. 철강사들은 톤당 5만원 수준의 인하를 주장하지만, 현대기아차의 경우 톤당 10만원 이상의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저유가 현상 고착화에 따른 국내 조선업계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우려된다. 유가하락에 따라 심해 시추설비 수요 감소세가 이어지며 석유시추선 및 해양플랜트 수주 가뭄이 심화될 수 있다.
이미 국내 조선업계는 유가하락에 따른 타격을 입고 있다. 올해 유가하락과 조선시황 급락으로 유동성 위기에 닥친 해외 발주사들이 해양플랜트 인도 관련 계약 해지 또는 인수 거부에 나서면서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은 최대 3조여원의 손실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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