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연말 밀어내기 분양이 극에 달하며 지난달 미분양 물량이 사상 최대 비율로 증가했다.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분양시장에서부터 현실화된 셈이다. 정부가 금융권 규제를 통해 사실상 속도 조절에 나선 상황이지만 매수수요가 덩달아 위축되고 있어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기사 3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이 4만9724가구로 전달보다 54.3%(1만7503가구) 증가했다고 29일 밝혔다. 월별 증가율로는 사상 최고치다. 이전 최고 기록은 2003년 12월 36.3%(1만190가구)였다. 물량으로는 1만9060가구(14.9%)가 증가한 2008년 6월 다음으로 많은 수준이다.
기존 미분양 주택이 3736가구 줄었지만, 신규로 2만1239가구가 늘었다. 다만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월(1만792가구)보다 2.9%(315가구) 감소한 1만477가구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수도권 미분양이 전달보다 70.6%(1만1002가구)나 증가했다. 경기도 용인 미분양 주택이 4200가구 늘면서 총 8100가구가 됐다. 지난 11월부터 계약에 들어간 6725가구 규모인 대림산업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에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 용인 외엔 파주(970가구), 김포(980가구), 남양주(910가구) 등의 순으로 미분양이 많았다. 지방의 경우 충북 충주시(1800가구), 충남 아산시(900가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양을 차지했다.
미분양이 급증한 가장 큰 원인은 10월과 11월에 분양물량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10월과 11월 신규분양승인 물량은 각각 8만4000가구, 7만3000가구로 2007년 통계 집계 이후 월 단위 물량으로는 첫번째와 두번째로 많았다. 인·허가 물량의 당해연도 착공률도 2009년 33%와 비교해 올해 61.4%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인·허가를 받아놓고 해를 넘기는 경우가 많은 데 올해는 시장 분위기를 타고 바로 분양에 들어간 것이다.
주택 규모별로는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미분양 주택이 10월과 비교해 5.0%(367가구) 증가한 7615가구, 85㎡ 이하는 68.6%(1만7136가구) 급증한 4만2109가구로 나타났다.
정부가 수요 측면을 죄고 있는 것도 미분양 증가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11월 미분양 급증이 장기적인 추세 전환이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주택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건설업체들이 자율적으로 공급 조절에 나설 경우 미분양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부가 4차례에 걸쳐 미분양 대책을 내놓을 당시 전달 미분양 수치가 11만~16만가구 수준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정부가 직접 나서기엔 시기상조란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공식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중도금 집단대출 심사 강화를 통해 정부는 이미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황이다. 중견 주택업체의 한 관계자는 "12월에 분양 계획을 잡았으나 보증이나 금융권과의 협의가 늦어지면서 내년 초로 분양 시기를 늦췄다"고 말했다.
문제는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공급 속도 조절과 더불어 주택 매매수요 위축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8일 현재 12월 아파트 거래량은 총 7483건으로 지난달(9969건)에 이어 두달 연속 감소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주택시장은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한번 구매심리가 꺾이면 되살리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가 규제에 나서면서 수요자들이 일단은 지켜보자는 심리가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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