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이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 쿠를럭스클랜(KKK)과 이슬람 무장조직 단체의 신규 조직원 모집에 활용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소말리아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조직원 모집 홍보영상에 트럼프의 모습이 실렸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슬람 무장조직 알 샤바브 트위터에 올라온 51분짜리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에는 트럼프의 모습이 총 10분간 등장한다. 샌 버나디노 총기 난사 사건 뒤 지난달 7일 트럼프가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적으로 완전히 통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들어있다.
이 영상에는 지난 2011년 미군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알카에다 고위 간부 안와르 알아울라키가 “미국의 무슬림들은 이슬람 나라로 떠나느냐, 그곳에 남아 서방과 싸우느냐의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아울러 알아울라키는 “과거 미국은 노예, 인종차별, 소수인종을 대상으로 한 린치, KKK로 점철돼 있었고 앞으로는 종교 차별과 강제 수용소로 가득찬 땅이 될 것”이라며 “서방세계는 결국 무슬림 시민에게 등을 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아울라키의 예측이 옳았다는 것을 방증하기 위해 알 샤바브가 트럼프의 발언을 영상에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에는 KKK가 트럼프의 백인 우월주의 발언을 새단원을 모집하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공공 장소에서 트럼프의 기사를 유심히 살펴보는 백인들에게 다가가 적극적으로 KKK 가입을 권하는 방식이다.
KKK의 조직원 모집 담당자는 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발언에 일부 단원들이 열광했다"면서 "(여러 비판에도) 자신이 믿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KKK 단원들이 좋아한다"고 밝혔다.
무슬림 테러 단체가 트럼프의 발언을 통해 미국 사회의 반(反)무슬림 분위기를 비난하고 이에 따라 서구 세계에 있는 무슬림 청년의 반미 감정을 촉발한다면, KKK는 최근 수십년 간 구시대적 사고로 취급된 백인 우월주의를 트럼프를 통해서 다시 되살리고 있는 것이라고 여러 외신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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