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스타힐스

[전문가기고] 보건의료 빅데이터 연구개발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01-06 13: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윤형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윤형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빅데이터 기술은 보건의료 영역에서 특히 잠재력이 높다.

질환의 증세가 명확치 않은 환자는 기존에 축적된 의무기록 자료와 문헌 등을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할 수 있다. 분석 후 과거에 그 환자와 가장 유사한 증세를 보였던 증례들을 찾아 병명과 질병의 진행 경과를 제시한다면 환자의 진단을 더욱 빠르고 시행착오 없이 할 수 있다.

진단이 늦어져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고통을 예방할 수 있고, 불필요한 검사 등을 줄여 의료비 절감도 가능하다. 

보건의료 영역에서 빅데이터 기술의 잠재적 가치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 연구 방법으로는 10년 이상의 연구 기간이 필요하던 것을 축적된 자료들을 창조적으로 결합, 분석함으로써 1년 내에 해낼 수도 있어 의학 발전과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유전체학, 단백체학 등 대규모 데이터 생산을 동반하는 첨단 과학기술 성과들이 임상 현장으로 접목되어 '맞춤의료'가 실현되는 데에도 빅데이터 기술은 필수적이다.

경제적 파급 효과도 상당하다. 미국에서는 빅데이터 활용으로 연간 330조에서 500조원 정도의 의료비 절감 효과를 예측했다. 

우리나라는 단일 건강보험 체제다. 전 국민이 어떠한 질병을 앓고 있고, 어떤 치료를 받는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모두 파악해 자료로 축적하고 있다.

국립암센터에서는 전 국민의 암 발생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고, 질병관리본부 역시 각종 역학조사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이같은 자료는 보건의료 연구에 있어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빅데이터다.

문제는 이러한 자료들이 모두 각 기관에 흩어져 서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에서 특정 생활 패턴을 보인 사람이 어떤 질병에 걸리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심평원 자료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 강화 이후로 이같은 연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보건의료와 관련된 공공기관의 정보를 하나로 연계해 수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춘 개방형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이 마련된다면 이러한 연구는 비교적 작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 안에 수행할 수 있다.

다음은 빅데이터의 생산이다. 우리나라는 건보공단이나 심평원이 전국민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대부분 병원이 전자의무기록을 도입해 운영 중이기 때문에 보건의료 빅데이터 연구에 비교적 좋은 기반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차세대 의료기술 개발에 충분한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정밀의료 추진계획(Precision Medicine Initiative)'에는 백만명 이상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의무기록은 물론 유전체·단백체·대사체 등을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내용이 핵심으로 담겨있다. 웨어러블 센서를 통한 생활습관 정보도 수집하고 있다. 의료 선진국에서도 이같은 연구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잠재성 때문에 세계 각국은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에 대해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빅데이터연구개발계획(Big Data R&D Initiative)'에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고, 영국에서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통합센터(HSCIC)를 설치하고 연간 3500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가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보건의료 빅데이터 연계․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해 활용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발표한 내용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공기관(건보공단·심평원·암센터 등)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연계해 새로운 데이터를 재생산하고, 이를 국민·의료계·산업계 등 다양한 소비자에 개방하고자 하는 것은 정부 3.0 가치를 실현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아무쪼록 개인정보보호와 공익적 목적의 정보 활용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균형적으로 조화시켜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국민의 건강가치를 한 단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