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는 누리과정 예산이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데 대해 교육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사회부총리가 교육부 장관임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아쉬운 대목인 셈이다.
반면 교육부는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 자체가 교육부 소관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지자체와 해당 교육청이 편성해야 할 사항을 교육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기재부의 시선이 달갑지만은 않다는 게 교육부의 반응이다.
급기야 지난 5일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경제부총리의 누리과정 예산 개입은 시의적절하지 못했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선이다. 교육정책의 최고 상위 부처인 교육부가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였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 부총리 담화문 이후 정치권에서는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여야간 공방이 이어졌다. 정부에서도 일부 지자체가 누리과정 예산을 ‘0’으로 편성한 것을 정치공세로 보고 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누리과정 문제를 쟁점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기재부 한 고위 관계자는 “누리과정이 지자체 예산 편성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교육정책의 일환으로 본다면 교육부가 전면에 나서서 대안을 마련하는 게 맞다”며 “경제부총리가 개입하는 순간부터 누리과정은 교육보다는 정치와 연계되는 양상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교육개혁은 전적으로 사회부총리의 몫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현재 사회부총리가 공석이더라도 교육정책은 교육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10월 한국개발연구원 세미나에서도 “교육개혁이나 대학 구조조정은 사회부총리가 해야 할 일이다. 경제부총리가 개입하면 균형이 무너진다. 교육은 교육부가 전면에 나설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재부와 교육부는 누리과정 뿐만 아니라 교육개혁, 대학 구조조정 등 여러 교육정책에서도 갈등을 빚어 왔다. 정부 부처에서는 이번 누리과정 예산이 양 부처의 쌓였던 골음이 터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재부 개입이 섣부른 행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직하다보니 여러 정책에 간섭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온 셈이다. 기재부는 그동안 환경부의 온실가스 감축, 고용부 노동개혁, 복지부 연금개혁, 국토부 주택정책 등에 개입하며 힘을 과시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기재부는 자신들이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망각할 때가 많다. 부처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것”이라며 “모든 정책이 기재부가 개입하는 순간 정치권 공방으로 이어진다. 부처 역할이 사실상 없어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박근혜 정부 들어 부처의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교육부가 기재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사사건건 간섭 받기 싫다는 무언의 메시지”라며 “경제부총리의 역할을 재정힙 해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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