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4·13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집권여당의 내부 권력투쟁이 이른바 ‘만찬 정치’로 격화되고 있다.
논란은 김무성 대표가 비박계 의원 50여 명과 휴일인 지난달 31일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만찬 회동을 하면서 촉발됐다.
이른바 ‘권력자’ ‘완장’ 발언과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 인선을 두고 비박(비박근혜)계와 친박(친박근혜)계 간 신경전이 첨예한 미묘한 시점이었다. 특히 이날 김 대표는 참석 의원들에게 “모두 20대 국회에서 살아돌아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은 이날 만찬은 김 대표가 아니라 자신이 주선했으며, 참석자들 또한 단순한 식사 자리였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돌아온 친박’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최근 친박계 의원들과 릴레이 만찬 회동에 대한 맞불 차원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날 만찬에 친박계 의원은 단 한 명도 초대되지 않았다.
친박계는 당장 발끈하고 나섰다. 김태흠 의원은 “공천을 앞둔 시점에 당 대표 측이 의원들을 불러 모은 건 당의 분란을 일으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도 “도대체 어떤 참모가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대규모 회동을 마련하고 대표를 오도록 하느냐”면서 “상향식 공천을 한다면서 계파 보스처럼 행동하려면 차라리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아무 얘기도 하지 않겠다”며 언급을 삼갔다. 앞서 김 대표의 ‘권력자’ 발언에 날선 비판을 한 것과는 사뭇 다른 제스처다. 총선을 앞두고 당 지도부의 거듭된 분열상을 자제하려는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이번 만찬 회동이 친박계을 긴장시키는 ‘경계 경보’란 분석도 나온다.
이에 못잖게 비박계는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의 행보에 연일 날선 반응이다. 그는 지난해 연말 연초 잇달아 친박계 중진·초·재선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했던 전력(?)이 있다. 당시 비박계 의원들은 총선을 앞둔 ‘친박계 세 몰이’라며 맹렬히 비판한 바 있다.
그럼에도 최 의원은 친박계 만찬 회동 전날인 30일 대구로 내려가 ‘진박(眞朴)’ 발언을 하며 비박계를 자극하고 있다. 그는 이날 친박계 한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지난 총선에 당선된 TK(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은 지난 4년간 뭐했느냐”며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뒷다리도 잡았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비박계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을 겨냥, 물갈이론을 주장한 것이다.
그러자 비박계도 최 의원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김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서울시당위원장은 1일 SBS라디오에서 “특정 계파에 대한 지지호소가 다른 지역에는 상당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 점 유의해서 최 의원은 말씀을 걸러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지난주 예고됐던 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장 선임은 아직도 기약이 없다.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친박계가 원하는 이한구 의원을 놓고 막판 진통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 의원을 공관위원장으로 앉힐 경우, 공관위원의 선임 ‘전권’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 비박계 모두 상대측이 공관위를 통해 자기 계파에 유리한 공천관리를 할 것이란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것이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박민식 부산시당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공관위원장 선임 지연 이유와 관련, “솔직히 아직도 과거식의 공심위원장 역할을 은근히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관위원장은 국회의원 예비후보 1~2명 영입하는 것보다도 훨씬 상징적인 인물이 돼야 한다”고 파격 인사를 주문했다.
한편 최경환 의원은 1일에는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대구 중·남구), 윤상직 전 산업통상부 장관(부산 기장), 2일 윤두현 전 홍보수석(대구 서구), 3일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장관(대구 동구갑),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대구 달성군) 등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잇따라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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