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한국이 주요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중국에 밀려 고전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 시장에서는 일본이 엔화약세로 가격경쟁력까지 갖추면서 한국을 추격 중이고, 선진시장에서는 중국이 저(低)기술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1일 ‘한국과 경쟁국간 수출경합도 및 점유율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가장 치열하게 경쟁한 나라는 일본으로 수출경합도지수(이하 수출지수)가 58.8p로 나타났다. 중국 입장에서 가장 수출경합도가 높은 국가는 한국이 44.8p로 가장 높게 나타나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고전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경합지수란 수출 품목 구조의 유사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100p에 가까울수록 수출 경쟁이 심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한국이 가장 치열하게 수출경쟁을 벌인 시장은 미국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미국, 독일 등 주요 경쟁 4개국 간 평균 수출경합도는 57.8p로 다른 시장 대비 가장 높았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한국은 일본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한국은 일본과의 수출경합도는 61.2p로 월등히 높았으며, 전년대비 3.9p 증가해 경쟁 강도도 높아졌다. 중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전년대비 1.6%p 증가한 21.5%로 1위를 이어갔다. 이는 한국과 일본, 독일 등이 고(高)기술 제품군에서 경쟁하는 사이 중국은 저기술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시장에서도 미국과 일본의 추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의 수출경합도는 일본과 57.5p로 월등히 높았다. 미국과는 32.7p로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미국의 시장점유율은 전년대비 1.1%p 증가해 한국의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은 “전자제품, 항공기 등 미국의 고부가가치 품목 수출이 최근 증가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보면 양국의 수출구조가 차별화된 가운데 고부가가치 품목을 중심으로 미국이 점유율을 확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일본 시장에서도 한국은 중국에 밀려 크게 고전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일본 시장에서 수출경합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중국으로 지수가 43.0p로 가장 높았다. 특히 중국의 일본 시장점유율은 전년대비 2.4%p 증가한 24.7%로 1위를 유지한 반면 한국은 4.1%로 지난해와 같았다. 이는 중·저기술 제품군에서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 밀려 한국 제품의 일본 시장 공략이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 기업들은 외형적 성장에 집중하기 보다는 부가가치 창출 및 신성장산업 육성 등 새로운 수출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면서 “나홀로 성장세인 미국 시장에 대한 공략을 통해 대미 수출을 확대하고 이를 수출 회복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중국 시장에서는 소재 및 부품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중간재 경쟁력을 유지하고 중국의 소비재 시장 확대에 대응한 맞춤형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FTA를 적극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확대를 도모하고, 장기적으로는 R&D 투자 등을 통해 품질, 디자인, 브랜드 등 비가격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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