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서울 서초구갑은 90년대 후반부터 보수 정당이 꾸준히 승리를 거머쥐었던 지역이다. 지난 1996년 최병렬 당시 신한국당 의원에서부터 현재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19대)까지 보수정당이 내리 5번 승기를 잡았다. 이번에도 관전포인트는 여당 내 경선이다. 강남벨트 중에서도 서초갑은 당에서 최종 후보로 낙점되는 경선 과정이 본선보다 더 힘들다는 곳이다.
이런 서초갑에서 현역 의원인 김회선 의원은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현재 출사표를 던진 새누리당 후보는 4명. 이 가운데 쟁쟁한 여성후보들 간 맞대결이 눈길을 끈다. 바로 서초갑에서만 17대와 18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3선을 노리는 이혜훈(51) 전 최고위원과, 18대에서 비례대표를 거쳐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냈던 조윤선(49)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원조 '친박(친박근혜)'계와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계'의 경쟁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2004년 17대에 국회에 입성해 2007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후보 대변인을 맡았고 2011년 한나라당 사무부총장을 역임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당의 여성 최고위원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조 전 수석은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중앙선대위 대변인에 이어 대통령당선인 대변인을 맡았고, 그길로 여성가족부 장관직에 올랐다. 2015년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성신여자대학교 법과대학 석좌교수로 재직중이다.
전공으로 보자면 이 전 최고위원은 '경제통'으로 불릴만하고, 조 전 수석은 법조 전문가다. 이 전 최고위원은 경제학을 전공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과 정무위원회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당 조정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와 달리 조 전 수석은 제33회 사법고시에 합격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했고 한국씨티은행 부행장, 당 정무위원 등의 경력이 있다.
지난해 12월, 이들은 같은 날 나란히 출사표를 던졌다. 조 전 수석은 국회 정론관에서 "당정청을 두루 거치며 정권의 탄생과 성장을 함께 했다"며 박근혜정부와의 인연과 성과를 강조했다. 약 15분 후 이 전 최고위원이 같은 자리에서 "법률 전문가는 차고 넘치고, 국회에 경제통이 많아져야 한다"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최근 진행됐던 공천 면접장에서도 둘은 서로를 견제하며 냉랭한 분위기를 보였다. 대기석에도 취재진이 나란히 앉길 요청하자, 이를 거부하며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기자들과 만난 이 전 최고위원은 상대방을 칭찬하라는 면접관의 요구에 어떻게 답했느냐는 질문에 "조 후보는 제가 닮고 싶은데 '얼짱'이라 닮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비주얼 시대의 최대 경쟁력이지 그거 이상 다른 칭찬이 뭐 필요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조 후보는 "다른 후보에 대해 말씀하시는 게 참 저돌적이시다"고 맞받아쳤다. 칭찬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날이 선 듯한 발언들이다.
이밖에 새누리당에서는 최양오(56) 현대경제연구원 고문과 조소현(58) 변호사가 서초갑 예비후보로 이들과 함께 뛰고 있다. 특히 최 고문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처남이다. 다만 그는 출마 기자회견 당시 "출마 자체는 제 단독 결정"이라면서 김 대표와 사전 교감은 없었음을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제3대 서울시의원을 지낸 경력이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