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월마트 살고 K마트 죽은 배경은 ‘소유경영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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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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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소유경영체제가 전문경영체제보다 기업의 장기성과 달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결과간 나왔다.

1962년 같은 해 창업한 미국의 대표 소매기업인 월마트(Wal-mart)와 K마트(Kmart)를 분석한 결과, K마트는 창업 이후 30여 년간 미국 할인소매점 업계의 선두자리를 지켜왔으나 잇따른 경영실패로 인해 2002년 파산신청을 한 바 있다.

반면 월마트는 1991년 이후 K마트를 추월해 미국 할인소매업에서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해온데 더해 포춘(Fortune)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수차례 1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경연은 3일 발표한 ‘소유·전문경영체제와 기업의 장기성과: 미국 소매업 내 두 기업의 성쇠’ 보고서를 통해 두 기업의 상반된 지배구조가 장기적으로 극명한 성과차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월마트는 창업자 일가가 세대를 넘어 지배 대주주이자 이사회장으로 경영에 관여하는 소유경영체제로 운영돼왔다. 이와 달리 K마트는 창업자 사망 이후 창업 가문이 더 이상 경영에 관여하지 않으며 전문경영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장직을 겸임하는 전문경영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보고서는 상이한 두 기업의 경영체제가 경영전략과 성과를 좌우한 것으로 분석했다. K마트는 경영진이 재임기간 중 성과를 내는데 집중해 장기투자에 소극적이었다. 낙후된 기술과 매장으로 경쟁을 하다 보니 K마트는 월마트에 비해 장기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등에 현저히 낮은 금액을 지출했다. 반면 전문경영자 교체로 인한 판매전략 변동이 잦아 월마트에 비해 단기적 비용인 판매관리비에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월마트는 신임 경영자가 이전의 장기 프로젝트를 승계 받아 기업의 장기경쟁력을 증진시키는 투자를 지속적으로 수행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배송시스템에 대한 투자 등 장기적인 기술 투자에 지속적으로 매진한 결과 재고관리와 공급사슬관리망 부문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이를 통해 월마트는 K마트와 달리 판매관리 비용을 지속적으로 절감할 수 있었다. 또 창업주 가족이 이사회장직을 수행해 장기투자를 독려하고, 전문경영진이 퇴임 이후 이사회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는 등 프로젝트 연속성을 확보했다.

연구를 진행한 안세연 서울대 경영연구소 박사는 “1962년부터 2002년까지 K마트 최고경영진의 평균 재임기간은 6.7년, 월마트 13.6년으로 나타났다”며, “전문경영체하에서 K마트는 월마트보다 경영진 교체가 빈번해 전략의 일관성이 떨어졌고 이는 경영성과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1995년 파산위기에 처한 K마트는 외부 경영자를 영입했지만 기업 역량과 경영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성과 개선에 실패했고 경영진 교체가 경영부진으로 이어졌다. 또 전문인경영체제는 경영인의 사적 이익 추구를 극대화하는 등 불필요한 대리인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실제로 파산직전인 2000년 이후 K마트 경영진은 월마트의 30배에 달하는 금액을 기타 보상으로 수령하는 등 K마트 경영진의 보상 수준은 월마트보다 월등히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안 박사는 “소유경영체제를 유지해 온 우리나라 기업은 소유경영체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지배구조 설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며, “지배 대주주가 참여하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이사회 기능 확보, 체계적 내부 경영자 양성 시스템 설계, 주관적 평가지표가 반영되는 경영자 보상 시스템 설계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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