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아방가르드한 예술탐구가 돋보였던 프랑스 작가 故베르나르 오베르텡(Bernard Aubertin, 1934-2015)의 국내 첫 전시회가 열린다.
리안갤러리는 올해 첫 번째 전시로 오는 8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오베르텡 개인전을 개최한다. 1960년대 독일 아방가르드 예술단체인 제로그룹(ZERO Group)의 일원이었던 오베르텡은 동시대 작가들과 새로운 예술개념과 실험정신을 공유했으며, 회화의 표면 위에 드러나는 색상과 재료의 물질성과 순수성을 강조하는 끈질긴 예술탐구를 이어갔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대표작인 레드 페인팅 시리즈, 'Tableau feu',
품 세계를 회고한다.
그에게 색상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색상은 단순히 '파란 하늘과 같은 파란색'식의 객관적 설명으로 피력되는 것이 아닌 추상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존재의 의미를 재탐색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런 과정으로 거쳐 선택된 색이 바로 붉은색이다. 그는 "붉은색은 그 자체에 내재된 빛을 통해 추상적 감정을 극명하게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하며 색상 자체에 심리적 측면을 강조했다. 즉, 붉은색은 색상 자체만으로 '절대적 가치'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회화에 대한 순수한 정신성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는 색채였던 셈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Tableau clous'(1971)는 그의 대표작이자 초기작업이다. 리안갤러리 관계자는 작품에 대해 "합판 위에 일련의 순서로 나열된 못은 빨간색으로 뒤덮였으며, 이 과정에 발생한 물감 덩어리의 흔적과 각 못에 드리워진 그림자로 인해 평면성에 내재된 혁신적 화면과 강렬한 에너지가 표출된다"고 설명했다. 'Suite ivoirienne'(2014) 연작에서는 초기작업과 달리 빨간색 물감이 못이 박힌 표면을 뒤덮는 정도와 방식을 달리했다.
‘불’은 붉은색만큼이나 오베르텡의 세계를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1960년 붉은색의 물리적 표현을 더욱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재료로 불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바이올린, 책과 같은 일상적 오브제나 금속 표면 위에 일정하게 꼽힌 성냥에 불을 피우고, 화염 이후 남은 잔재와 흔적을 그대로 이용하는 등 퍼포먼스 성향이 강한 추상작업을 이어 나갔다.
리안갤러리 측은 "오베르텡의 작업을 통해 '제로그룹' 작가들의 예술정신을 함께 돌아보고, 지난 60여 년간 작가의 손을 떠나지 않았던 붉은색 모노크롬의 힘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